경총, “기업 내년도 ‘확대경영’ 비중 고작 20%, 대기업 투자축소”(종합)
2014-12-21 16:06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내년에 ‘확대경영’을 추진하겠다는 기업 비중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나 2015년 이후에도 경기 불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는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고, 긴축경영의 방법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투자 축소를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높아 투자와 고용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직무대행 김영배, 이하 경총)는 2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1일 발표한 ‘2015년 최고경영자경제전망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주된 경영기조에 대해 대기업은 ‘긴축경영’(51.4%)을, 중소기업은 ‘현상유지’(46.6%)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긴축경영’ 기조로 응답한 기업이 증가(2014년 39.6%→ 2015년 51.4%)한 반면, 중소기업은 감소(2014년 42.5%→ 2015년 31.5%)했다. 전체적으로는 ‘현상유지’(42.6%)로 설정한 기업이 가장 많았고, 이어 ‘긴축경영’(38.0%), ‘확대경영’(19.4%) 순으로 조사되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확대경영’을 응답한 비중 19.4%는 2009년 9.8% 이후 최저치였다. 같은 기간 ‘긴축경영’ 비중은 67.1%에서 38.0% 줄어든 반면, ‘현상유지’ 비중은 23.1%에서 42.6%로 확대됐다. ‘현상유지’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은 2012년 이후 2014년까지 3년 연속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마른 수건을 짜낼 대로 짜낸 만큼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줄일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만 유지해도 다행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긴축경영을 추진해 왔지만 내년에는 그나마 버텨왔던 인력과 투자 등에도 직접적인 조정을 진행할 전망이다. ‘긴축경영’을 응답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전사적 원가절감’(43.4%), ‘인력부문 경영합리화’(26.5%), ‘유동성 확보’(12.0%)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은 ‘전사적 원가절감’(46.9%), ‘인력부문 경영합리화’(21.9%)에 이어 ‘신규투자 축소’(12.5%)를 우선순위로 답해 2015년 투자는 줄어들 것임을 보여준다.
인력부문 경영합리화의 세부방안으로는 ‘조직개편’(35.4%), ‘직무전환’(18.5%), ‘명예퇴직’(16.9%)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조직개편을 주로 활용하되 대기업은 ‘명예퇴직(희망퇴직’(27.3%)을, 중소기업은 ‘직무전환제도’(23.5%)를 계획하고 있어 고용 안정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투자·고용계획을 묻는 설문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응답자는 올해 대비 내년도 투자규모에 대해 ‘금년 수준’ 50.9%, ‘축소’ 25.5%, ‘확대’ 23.7%를 응답했다. 채용 규모를 묻는 설문에 대해서도 ‘금년수준’ 60.4%, ‘축소’ 26.8%, ‘확대’ 12.9%로 조사됐다.
다만, 투자와 고용계획 모두 ‘확대’보다는 ‘축소’를 계획하는 비율이 높아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82.5%가 현 경기상황을 경기저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6.7%가 경기저점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특히, 대기업(71.4%)이 중소기업(64.6%)보다 장기형 불황으로 평가한 비율이 높았으며, 회복국면이라고 평가한 응답 비율 또한 11.4%로 중소기업(15.2%)보다 낮아 대기업의 체감경기가 더욱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전망하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3.3%로, 주요 기관들의 전망 수준인 3%대 후반(한국은행 3.9%, OECD 3.8%)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최근 몇 년간 최고경영자들의 경기 전망이 오히려 주요기관의 경기 전망보다 실제 경제성장률에 더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00인 이상 대기업 85.8%는 신규투자 확대를 위해 진입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지주회사 규제’(28.6%), ‘계열사 간 거래 규제’(22.9%) 개선에 대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20.0%), ‘모호한 배임죄 적용(11.4%)’도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적극적 규제완화’(21.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16.1%),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14.5%), ‘투자 및 창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13.4%)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 마지노선 환율’ 100엔당 1008원,
최고경영자들은 2015년 수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로 원·100엔 환율은 평균 1008.34원,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73.54원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업은 각각 100엔당 980.43원, 달러당 1077.06원을, 중소기업은 100엔당 1021.45원, 달러당 1071.73원을 제시해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2015년 예상 환율 수준을 묻는 설문에는 원·100엔 환율은 900~950원(32.6%), 원·달러 환율은 1050~1100원(44.2%)으로 예상해 현재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기대 환율보다 평균 환율이 더 낮기 때문에 내년에도 수출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최고경영자들은 내년 기업경영에 가장 우려되는 애로 요인으로 ‘대외경제 불안’(37.3%)을 선택,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인 대외경제 불안요인으로는 ‘글로벌 저성장’(16.1%), ‘엔저 가속화’(11.0%), ‘중국시장 둔화’(6.7%),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3.5%)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34.3%)을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아 기업 규모별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