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실장 공석인 국토부... '땅콩회항' 조사 일주일째 제자리걸음만

2014-12-15 16:50
검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소환 방침...국토부, "조사자료 검찰로 넘길 것"

'땅콩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오른쪽)이 12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서구 국토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로 출석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와 관련,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착수 1주일이 지나도록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의 항공실장 자리가 두 달여간 공석으로 남아 있어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사건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항공실장 자리를 현재 국장 대행체제로 운영 중이다. 지난 9월 기획조정실장의 술자리 파문으로 최정호 당시 항공실장이 기조실장 자리로 간 이후 두 달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대행 체제는 결과적으로 부실한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10일까지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달리, 조사 1주일이 지나도록 중간 조사 현황과 향후 조치 계획에 대한 발표만 이어질 뿐 조사 결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11일에 이어 16일 2차 브리핑을 통해 향후 조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조사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소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검찰 조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검찰과 달리 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에 응하지 않다 검찰의 압수수색 후 조사에 응했고, 해당 항공기에 타고 있던 사무장도 재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데서 이 같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객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돼 본인 동의 없이 조사가 불가능하고 박 사무장의 경우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수사권이 있는 검찰과 달리 조사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는 국토부의 운항안전과와 항공보안과로 이원화돼 있다. 두 과가 한 가지 사안을 조사하는 만큼 통일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선 컨트롤타워 부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간 조사결과에 대한 브리핑도 항공정책실장 대행이 한 게 아니라 담당 과장 선에서 이뤄졌다. 관련 전문 지식을 가진 실무자가 설명을 하는 게 좋을 것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지만 여론의 관심 등 사안의 경중을 감안할 때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 때는 당시 항공실장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한 것과 대조된다. 

정부 조직법에 정통한 한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고위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장 등의 공백과 인선 지연에 따른 국정 운영 차질 등 손실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행 업무를 맡더라도 관료제 사회에서는 주어진 업무에 대한 권한이 확실하게 주어져 (원론적으로는) 업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다"며 "단,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나 업무 과중 등 물리적인 문제로 미흡함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항공정책실장 대행은 공공기관이전추진단에서 지난 7월 항공정책관(국장)으로 와 항공 관련 업무엔 아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향후 조현아 전 부사장의 기내 소란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국토부는 램프리턴의 타당성 등 운항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 램프리턴 경위 역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가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사항이어서 결국 사실관계 조사를 다 마친 다음에야 처분 수위 등이 결정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