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집 호수도 안 쓴 세금고지 안내문은 절차적 위법"

2014-12-04 14:30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과세 당국이 납세자에게 세금 부과 처분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한 공시송달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시송달은 당사자가 주소지가 불분명한 경우 등에 송달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그 사유를 법원 게시판·인터넷에 공시하는 제도다. 2주가 지나면 송달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한모(70)씨가 강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개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서울 양천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한씨는 2009년 7월 강제경매로 아파트를 매각한 뒤 강서세무서로부터 양도소득세 9400여만원을 부과받았다.

한씨가 집을 비운 탓에 세무서가 등기우편으로 보낸 납세 고지서는 두 차례 반송됐다. 세무서 직원이 집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한씨가 없어 서류를 건네지 못했다.

세무서는 2011년 5월 납부고지서를 공시송달했다.

한씨는 위법한 세금 처분이 내려졌다며 세무서와 조세심판원에 각각 이의신청과 심판청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세금 부과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각하했다. 이의 신청을 너무 늦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세기본법은 자신에게 내려진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심판 청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씨가 이의신청을 한 시점은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고 1년이 넘은 2012년 7월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세무서가 한시에게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씨가 사는 곳은 여러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공동주택인데 세무서는 집의 호수도 적지 않은 납세고지 안내문을 공동 출입문 옆 기둥에 붙여 놨다는 것이다. 한씨가 집에 있었더라도 안내문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 관계를 보면 세무서가 당시 한씨가 오랫동안 집에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세무서가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납세고지서를 공시 송달한 것에 대해 적법하다고 보고 해당 송달을 기준으로 이의신청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공시송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므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