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잘 만든 웹툰 하나, 열 배우 안 부럽다(종합)

2014-11-27 17:00

[사진제공=CJ E&M]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웹툰 '미생'과 동명의 드라마가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으로 콘텐츠의 선순환에 앞장서고 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 tvN 금토드라마 '미생' 특별좌담회가 웹툰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이재문PD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웹툰으로 시작해 만화책, 드라마로 이어지며 '미생'은 다양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에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생'은 원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윤태호 원작자의 웹툰 콘텐츠와 함께 상생 효과를 일으킬 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치며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의 아이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미생' 성공사례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직장인의 애환'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정세계인이 공감한 것. 이날 이재문 PD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더라. 회사 문화, 상사 문화가 일본과 닮아 있어서 일본에서 큰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국에서 반응이 격했다"며 "이례적으로 CCTV에서 수출도 안 된 작품을 15분 정도 소개했다. 동남아도 문화가 달라서 이해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바이어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반응이 있다고 한다. VOD 수출은 기본이고 리메이크도 가능하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의 워커홀릭 설정이면 될 거라더라. 우리 스스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편견을 버리고 해외 세일즈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작가 역시 "'미생' 하나를 놓고 보면 각자의 욕망이 다르다. 출판사는 미생이 만화책뿐 아니라 실용서처럼 보이길 원했고, 2012년 서점에서 실용서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기본 질서를 따르지 않은 인물의 성공적 사례로 표현했다. 하지만 웹툰작가인 나는 그동안 나온 작품과 앞으로 독자의 바람을 읽는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했고, 작가들 역시 그걸 충족시켜주는 작품 활동을 하길 바란다. 인간의 보편적 성격에 준하는 작품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아니라 인간 자체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웹툰의 방향을 제시했다.

윤태호 작가의 바람대로 웹툰 시장은 '제 2의 미생'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웹툰 '미생'으로 큰 재미를 본 다음카카오는 웹툰 사업 강화에 나서며 해외 웹툰 사업을 다양화하고, 자체적으로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 웹툰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도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재문 PD는 "원작의 성공적인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위해서는 원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충실한 활용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업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관련 제품을 출시할 때도 원작 '미생'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원작자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문화콘텐츠의 창조적인 비즈니스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원작은 에피소드 별로 정리돼 있는 반면 드라마에서 나열식 전개는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고려해 '미생' 작가로 정윤정 작가를 선택했다. 이PD는 "정윤정 작가가 MBC드라마넷 '별순검' 시리즈를 통해 회별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능하다. 웹툰에 대한 질감을 도드라지게 만드는데에도 타고난 분"이라며 "캐릭터를 확장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것부터 드라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에서는 장백기, 안영이의 비중이 적다. 대기업 한복판에 들어온 걸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배역을 다 키웠다. 캐릭터가 스스로 성장해 나가니 사건은 원작에 최대한 맞췄고, 사건과 인물이 충돌하면 사건을 따라갔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의 생활뿐 아니라 갑과 을의 관계, 그 속에서의 삶의 애환을 녹여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분은 평균 6.3%(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최고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드라마의 흥행 신화를 새롭게 쓰고 있다. 몸값 높은 유명배우보다 탄탄한 전개를 갖춘 원작이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미생'이 앞으로 남은 8회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4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