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未生] ② 한국형 넷플릭스 전에 'K콘텐츠뱅크'가 있었다
2020-07-08 08:02
정부가 발표한 최소 5개 이상 플랫폼의 해외 진출 지원은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담을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것.
이는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GAFAN)에 맞설 수 있게 우리 기업들이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핵심은 국내 콘텐츠와 OTT 플랫폼, 스마트기기 업체 간 협업을 통한 해외 진출 확대다. 일례로 삼성전자 단말(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화면 맨 마지막 단으로 넘기면, 왓챠나 웨이브 등에서 추천하는 콘텐츠(영상)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이 광고성 콘텐츠를 누르면, 앱 마켓으로 넘어가고 플랫폼을 내려받아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정부가 주도한 '한국형' 사업의 실패 사례도 속속 언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 유튜브'를 표방해 'K콘텐츠뱅크'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었다. 콘텐츠 판매·수출 활성화를 기대하며 만든 이 플랫폼에는 약 16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실제 K콘텐츠뱅크를 통해 판매된 콘텐츠는 출범 후 1년간 4건, 3000만원에 불과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양질의 한국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상업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벌기 힘든 구조였다"며 "당연히 일정 뷰 이상이면 수익이 생기는 유튜브 등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디지털 미생(未生)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 추진 사업은 취지는 좋지만, 늦은 감이 있고 방향성도 따라가기 식이 많다"며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 및 후속 조치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