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15채 갖고도 생활고 벼랑끝 몰린 일가족 셋 또 자살…전세금 투자한 '빌라'푸어

2014-11-04 08:23
채무 상환 압박 적은 유서 발견…중학생 딸도 유서 남겨

[아주경제DB]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생활고 압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송파 세모녀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천에서 또 다른 일가족이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께 인천 남구의 한 빌라에서 A(51) 씨, 부인 B(45) 씨, 딸 C(12) 양이 숨져 있는 것을 C양의 담임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일가족 3명은 안방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타다 남은 연탄, B씨와 C양이 노트에 적은 유서 5장이 함께 발견됐다.

B씨는 유서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만기일이 이달 12일로 다가오면서 겪는 심리적인 압박과 비관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생활고로 힘들다. 혹시라도 우리가 살아서 발견된다면 응급처치는 하지 말고 그냥 떠날 수 있게 해달라. 뒷일은 남편이 해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C양은 "그동안 아빠 말을 안 들어 죄송하다. 밥 잘 챙기고 건강 유의해라. 나는 엄마하고 있는 게 더 좋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고 썼다. 직접 그린 자신의 얼굴과 담임교사의 연락처도 남겼다.

경찰은 유서 내용을 봤을 때 모녀가 먼저 자살한 후 가장인 A씨가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검 결과 이들의 사인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나왔다.

일가족은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15평짜리 낡은 빌라 3층 집에서 지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인과 친척들은 모두 A씨 가족이 원만하고 단란하게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점은 주변에서도 몰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서울의 한 폐기물업체에서 근무했으며, B씨는 지난 9월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가족이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 지인의 말을 조사해본 결과 경매를 통해 빌라를 싸게 산 후 그 빌라를 전세 놓고 확보한 전세 자금으로 다시 빌라를 구매하는 수법으로 소유 빌라를 늘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부 소유 빌라는 15채 정도로 파악되며 정확한 부채규모 및 투자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은 A씨 부부의 계좌를 추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