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여야 회동, 이견차만 확인…뒤늦게 ‘개헌’ 진실공방까지, 더 틀어진 정국
2014-10-29 16:4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서로에 대한 요구만 난무했을 뿐 정국 뇌관인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접근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귀빈식당으로 이동해 여야 지도부와 만났지만, 세월호 특별법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에 대해선 서로의 이견 차만 확인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우윤근 원내대표·백재현 정책위의장이 1시간가량 머리를 맞대고 15개 합의사항을 도출했으나, 예산안의 시한 내 처리 정도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했다.
특히 당초 회동 테이블 의제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알려진 개헌을 놓고 새정치연합이 뒤늦게 ‘대통령 권력구조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의 신뢰가 깨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동안 세월호 특별법의 덫에 갇힌 여야 대치 정국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朴 대통령 ‘경제 골든타임’에 방점…野 “세월호 유가족 못 보셨냐”
일단 여야는 2014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키로 합의했다. 수개월간 정국 뇌관으로 작용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해선 여야 합의대로 30일 처리하는 한편 기초생활보장법 등의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는 점과 민생법안의 처리가 아닌 ‘노력’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각자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회동을 마친 셈이다.
대신 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국회의 조속한 비준동의를 요청했다.
이에 야당은 협조하되 축산농가 보호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의 2조2000억원 국비 지원 △담뱃값 인상분의 지방 소방 예산 반영 △대북전단 살포 제지 등을 요청했다.
문 위원장은 회동에서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언급하며 “혹시 오시다 못 보셨냐”라고 뼈있는 말을 건넸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 논의 없었다’던 회동, 野 뒤늦게 ‘개헌 골든타임’…與 ‘당혹’
눈여겨볼 대목은 정국 정상화를 위한 이날 회동 취지가 무색하게 뒤늦게 ‘개헌’을 둘러싼 진실공방전이 여의도를 덮쳤다는 점이다. 애초 여야 정책위의장은 “개헌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동이 끝난 지 2시 30분여 만에 뒤집혔다. 포문은 새정치연합이 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과 만나 “(회동에서) 개헌과 관련해 꽤 시간을 할애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의 개헌 발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즉각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 원내대표가 개인 의원 자격으로 얘기를 했다”며 “그러자 이완구 원내대표가 개인적인 얘기는 적합하지 않다. 오늘 개헌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제안했고 야권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여야가 회동 결과 발표에서 엇박자를 내면서 신뢰만 깨진 꼴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연말정국에서 여야 간 대치 정국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 야권이 사사건건 트집만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세월호와 공무원연금, 개헌 등에 대해 당론도 없으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