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ED·태양광 '전략적 후퇴'… 포스트 스마트폰 ‘선택과 집중’

2014-10-29 14:35

모델이 삼성의 의료기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이 부진한 신사업 비중을 줄이며 새 도약을 위한 체중조절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의 모바일 실적 부진에 따른 그룹 전체의 성장성 둔화가 일부 신사업의 '전략적 후퇴'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과 LED(발광다이오드)로 분산됐던 화력을 단기 수익성 확충에 필요한 B2B(기업간 거래)와 여전히 전망이 밝은 의료기기 등에 쏟는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29일 삼성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의 경쟁심화로 레드오션화 된 태양광과 LED 사업에서 삼성이 한발짝 씩 물러나며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LED 조명 부문의 해외 영업을 중단했다. LED 조명시장은 2016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나, 대략 올 2분기부터 중국발 가격경쟁 심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춘 중국 LED 업체들이 품질 경쟁력도 높여가는 과정이다. 특히 LED 조명 사업은 기술 표준이 제각각이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해 대기업이 원가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국내 LED 조명 사업을 남기면서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았다. 회사측은 향후 칩 패키징이나 광원 등 대량생산이 가능한 부문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신수종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도 LED 조명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해당해 삼성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정밀화학은 태양광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 합작사 지분을 파트너인 선에디슨에 팔았다. 당초 삼성은 삼성정밀화학(폴리실리콘)과 삼성코닝정밀소재(잉곳‧웨이퍼), 삼성SDI(모듈), 삼성에버랜드(발전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예상됐지만 삼성SDI 역시 결정질 태양전지 사업을 중단하는 등 구상이 흐트러졌다.

삼성SDI는 여전히 박막형 전지 개발을 진행 중으로 태양광 사업에 전면 철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결정질이다.

태양광 역시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업체들의 난립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밸류체인 중 기술장벽이 가장 높은 폴리실리콘 조차 가격이 장기간 제조업체들의 원가 이하 수준에 머물러 적자경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 국제유가까지 폭락해 대체에너지인 태양광 보급 속도가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최근 모바일 사업 부진으로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만큼, 삼성은 당장에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B2B(기업간 거래)다.

삼성전자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B2B 부문에 결집하고 있다. 모바일 경쟁력을 기반으로 상업용 디스플레이, 프린터, 시스템 에어컨, 의료기기 등의 제품들과 결합해 다양한 기업 고객을 공략하는 중이다. 공공부문, 교육 시장, 헬스케어 분야 등에서도 제품과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며 B2B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키워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2017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사이니지(옥외광고판) 시장을 디스플레이 통합 솔루션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시장에 2000대를 수주한데 이어 올해 3000대 규모의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태양광, LED 등이 한풀 꺾였지만 의료기기 사업 등 다른 5대 신수종은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삼성은 10년 안에 아직 초기 단계인 의료기기 사업에서 선두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은 초음파 검사기기 기업인 메디슨과 미국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인 넥서스, 미국의 이동형 CT 장비전문 업체인 뉴로로지카 등을 인수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은 내년 말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는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신수종 사업단지를 조성해 R&D 역량을 집중,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