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방북 허락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기회를 보겠다"

2014-10-28 16:39
박 대통령, 오후 청와대서 이희호 여사 첫 접견

[사진=화면 캡처]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접견했다.

박 대통령이 이 여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장소인 백악실에 먼저 입장해 비서실 직원에게 “(이 여사가) 어디 앉으시죠”라고 물으며 자리를 살피고 특별한 예우를 갖췄다. 잠시 뒤 이 여사가 청와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과 입장하자 박 대통령은 “어서 오십시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웃으며 인사한 뒤 자리를 안내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자리에 앉으며 “바쁘신데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그때 즈음해서 뵙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러 가지 있다 보니 오늘에야 뵙게 됐다”며 “지난 5년 동안 여사님께서 김 대통령님 묘역에 일주일에 두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찾아가셔서 기도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5주기에 화환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여사님께서도 이렇게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에) 조화를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 많이 하셔서 김 대통령님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여사는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년 기념식을 맞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에 추모화환을 보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년 전에 찾아 뵈었을 적에 하루속히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래서 국민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하나로 모으고, 또 지금부터 차분히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그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 분들이 모이셔서 상당히 열정을 갖고 많이 노력해 주고 계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에 대해 여사님께서 관심이 상당히 많으셔서, 제가 듣기로 북한 아이들 걱정하면서 털모자도 직접 짜시고, 목도리도 짜시고 준비하신다고 들었다”며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 정성,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여사는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겨울 같은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 그래서 북한을 한번 갔다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고 방북 허가를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언제 한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접견에 배석한 김성재 원장은 “그동안 북한에 산부인과, 의료기기도 보내드리고 영유아를 위한 영양제도 보내드리고, 한 7년 동안 그렇게 하셨다”며 “조금 전 말씀 중에 목도리 뜨시는데, 쉬지 않고 계속 뜨셔서…”라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그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그러셨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고, 모자 건강도 많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모자 1000일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접견은 최근 청와대 측이 이 여사 측에 만남을 제안하고, 이 여사가 이를 흔쾌히 수락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애초 오찬을 계획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이날 오후 차를 마시면서 담소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지난 8월 김 전 대통령 5주기 때 (이 여사를) 한번 모시려 했으나, 일정이 빡빡해 모시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며 "이 여사는 국가원로이시며,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도 한번 모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