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독일과 일본의 잘못된 역사를 사죄하는 차이
2014-09-29 08:57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당시 수상소감이 발표되자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피해국들과 일본의 언론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속죄하는 작가의 참다운 양심에 대하여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의 일본은 너무나 다르다. 작가의 양심은 매국으로 매도당하고 한 신문사의 군 위안부 기사 보도내용에 대한 부분적인 취소를 문제 삼아 실추된 나라의 명예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총리의 막말에 이르는 압박이 나오면서 이에 가세한 우익들의 진실을 부정하는 이성을 잃어버린 억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독일의 이와 같은 진정한 사죄와 반성은 현 메르켈 총리로 이어져 지난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잘못에 대해 사과하였으며 2008년 3월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사죄했다. 그는 올해 7월 중국 칭화대 강연에서 “독일의 침략 역사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았다”고 말했다.
독일의 이와 같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민간 기업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독일 최대의 철강 기업 티센크룹(Thyssen Krupp) 이 1984년 설립한 루어문화재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루어재단은 전쟁을 통하여 자신들이 만들었던 무기가 많은 인명을 살상한 잘못과 피해에 대하여 사죄하며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문화유산의 보전에 뜻을 가져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2년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전 세계의 주요한 나라의 문화재와 예술품을 유럽 각국에 소개하는 순회 전시를 시행하고 있다. 1999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을 비롯한 국보급 15점을 포함한 325점의 중요 문화재가 1년간 유럽에 순회전시 되어 큰 화제와 함께 극찬의 평가를 받았던 ‘한국미술 5000년 전’의 전시가 바로 루어문화재단이 기획하여 열린 전시였다.
이와 같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독일의 노력과는 다르게 지난 4월 말 유럽 5개국 순방 길에 올랐던 일본의 아베 총리는 첫 방문지인 독일의 일간지 FAZ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아시아의 상황은 유럽과 달라 독일의 화해와 사죄방식을 일본은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이어 과거에 개발협력 형태로 배상한 내용을 거론하는 책임과 도덕이 부재한 그릇된 역사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잘못을 망각하고 진실을 감추며 그릇된 여론을 부채질하는 일본의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인류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역사는 멀지 않는 날 그 결과를 분명하게 일깨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