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정부조직에서 자동차 분야 역할 커져야

2014-09-10 16:00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국내 경제에서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는 영역은 생각 이상으로 방대하다. 겉으로 보아도 세계 생산 5위의 생산대국이며, 고용창출 등 각종 지수 측면에서 10%대에 이르는 매머드급 분야이다. 특히 국가 경제의 양대 축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이다. 단순히 생산대수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루는 약 3만개의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사를 생각하면 더욱 방대해진다. 하청개념의 3차 기업까지 고려하면 제작사당 약 1000개에 이르는 기업이 연계되어 있다.

더욱이 자동차와 소비자가 관계되기 시작하는 애프터마켓을 보면 더욱 영역은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S부품, 용품, 튜닝, 모터스포츠, 정비, 중고차, 이륜차, 보험, 리스, 렌트,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면서 국내 시장만 약 90조원에 이를 정도이다. 국민 몇 명당 1명이 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에서 이렇게 중요한 자동차 영역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이나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 자문해본다. 당장 국내 정부부서에서 자동차라는 명칭이 포함된 부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운영과와 자동차 정책과가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항공과가 있다. 환경부는 자동차 명칭은 없고 교통환경과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 정부 고위직에 자동차 전문가도 매우 취약하여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비전문가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할 수 있다.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부서에서 자동차 전문가는 극히 적고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분야가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하면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홀대받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국토교통부에서 자동차 총괄을 하여왔던 자동차 정책기획단의 경우도 정식 정부 조직이 아니라고 하여 이번 9월말로 해체된다고 한다. 그나마 역할을 하여왔던 조직도 해체되어 일관되고 체계적인 역할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러한 역할만을 할 것인가?

우선 정부 고위부서에 자동차 관련부서가 태동되어야 한다. 최소한 명칭은 아니어도 실질적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자동차팀을 두어도 좋고 자동차 전문가를 많이 포함시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동차를 담당하는 세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물론이고 전체를 조율하는 기획재정부에도 관련 전문가가 포진하여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지금은 없는 실장급의 자동차 정책관을 임명하여 총괄 관리하도록 하여 실시간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최상위층에 컨트롤 타워가 가능한 실무 책임자를 임명하여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나 중복 투자로 시간 및 비용을 아끼는 구조는 당연할 것이다.

셋째로 현재의 정부부서에 자동차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를 증대시키고 역할을 규정하여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역할이 크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만큼 체계적인 전문가가 양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특히 공무원 순환보직 제도로 인하여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하여 책임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형식적인 전문가 노릇으로 국력의 상실이나 기회를 놓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필요로 되는 시점이다. 옛 ‘실사구시’가 주목받아야 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