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의 '실사구시' 정신이 주는 교훈
2014-09-26 16:03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당시 이 같은 그의 주장은 사회주의 사상 및 이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중국이 현재 세계 2위의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그의 공로가 있었다는 점에 어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등소평의 실용주의 사상은 실사구시(實事求是)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사구시란 청나라 고증학자 고염무(顧炎武)가 주창한 것으로 "실질적인 것에 의거하여 사물의 진리를 찾는다" 는 뜻이다. 즉 눈으로 보고, 귀로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 할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로 팩트(fact)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8월 한중수교 22주년을 보냈다. 한중간의 교역규모는 작년 2700억 달러에 달하였고, 2년 후에는 3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무역사에서 전무한 성과다. 덕분에 한국은 이미 세계 10대 무역 대국이 되었다. 한중FTA 년내 체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참으로 놀라운 성과다. 이 같은 놀라운 성과는 한중 기업인들의 실사구시의 정신 덕분이라고 확신한다.
중국기업들의 사훈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실사구시의 정신이다.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사상이 기업에도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무원들도 정책판단의 기준도 실사구시다. 개혁개방 35년 만에 G2로 부상하게 된 것도 실사구시의 정신 덕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및 사회 시스템을 살펴 보면 실사구시의 정신과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난다. 아직도 조선시대의 당쟁과 다름없는 공리공론(空理空論)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우리는 한국이 얼마나 취약한 국가인지 실감하고 있다. 국회의원, 공무원, 사회단체, 개개인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을 내세운다. 나의 주장은 정당하고 남의 주장은 들어 줄 가치조차 없다는 태도다.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인 제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상당히 왜곡되어 사회주의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폐해는 심각하다.
조선말 선승으로 유명한 초의선사(草衣禅師·1786~1866)는 시, 그림, 글씨에 능해 삼절이라 칭송 받고 염불, 탱화, 단청, 범패,바라춤까지 통달한 팔방미인이었지만, 친히 절간의 온갖 일을 맡아 함으로써 노동의 고통을 감수하였다고 한다. 그의 행동거지는 성경의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또한, 그는 조선말 실학자의 거두이면서 실사구시의 대표적인 인물인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실사구시학파의 한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의는 그가 지은 초의집(草衣集)에서 "가마를 타고 가면서 가마를 매고 가는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거나, 차를 마시면서 차잎을 따고, 덕고, 말리는 사람의 고통과 수고로움을 생각하지 않음은 죄를 짓는 일이다"라고 질타하고 있다.
한국인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실사구시 정신을 철저하게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민소득 1인당 4만~5만 달러의 달성은 우리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들은 비록 작은 일 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큰 것에만 환호하기보다 작은 성취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지도자건 개인이건 작은 일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큰 성공을 한방에 일궈낼수는 없다. 큰 성공은 작은 성공들의 총합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큰 성공은 덤으로 오기 마련이다.
세상에 고통과 희생의 실천 없이 곧장 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한 분들이다. 지금까지 실사구시를 실천하는데 소홀했다면, 당장 생각을 바꾸어 실천하면 된다.
"진리를 검정하는 유일한 표준은 실천"이라는 중국의 덩샤오핑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에서 우리도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