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 진출에 인문학적 소양의 '마중물' 부어야

2014-08-14 15:22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중국관련 사업을 하는데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할까? 중국인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을까? 중국인들도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하게 생각 할까? 그들이 높게 평가하는 인문학적 분야는? 의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은 역사 및 철학, 도교, 불교, 문학 등 인문학의 빅데이터(big data)가 엄청나게 저장되어 있는 나라다. 중국의 공무원, 군인, 기업인 중에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붓을 들면 자기의 사상을 일필휘지 한 줄을 써내려 간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비즈니스에만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느 정도 부를 이루면 대개는 인문학적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강하다. 요즘 세계의 골동품이나 그림 값을 올리는 사람들도 중국인들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이겠지만, 그 배경에는 인문학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철학이나 문학, 예술 등에 깊은 조예를 가진 사람들을 존경하는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이 네이버라면, 중국의 대표적 검색 포털은 바이두(百度)다. 우리에게 생소한 바이두란 말은 중국 송대(宋代) 문인 신기질(辛弃疾)이 쓴 사(詞) 뭇 사람들 속에서 사람하는 님을 찾는 심정을 표현한 청옥안《青玉案·元夕》에 나오는“众里寻他千百度,蓦然回首”에서 따왔다. 

바이두란 이름을 발견하고 포털 이름으로 채택한 이는 설립자 이언홍(李彦宏) 회장이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대단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어릴 때에는 희곡에 심취했고 베이징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 귀국한 뒤 바이두를 창업했다. 개인자산만 해도 100억 달러가 넘는다.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을 다루는 역사학, 철학,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학과 기술이 상상력의 원천을 이루는 예술, 문학, 철학 등과 결합되어야 새로운 발상과 창조력이 나온다. 즉, 인문학은 사람과 삶에 대한 탐구를 하는 학문이다. 요즘 세상에서 인기 있는 의학, 경영학, 법학, 과학 등은 직업을 얻거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방편으로 연구하고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을 가지지 못한 리더는 그 자리에서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지지 않는 리더는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지 못했다면, 아마 애플사와 아이폰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휴머니즘 없는 테크놀로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요즘의 기업경영은 윤리경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윤리와 철학을 가지지 못한 리더는 거짓이 섞인 현실 속에서 진실을 보는 지혜를 가질 수 없다. 인문학적 소양은 현대사회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역사, 삼국지,수호전, 논어, 두보(杜甫)의 시(詩), 심지어 중국무협소설 등에 비교적 익숙해 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역사와 철학, 문학에 대해 상당히 정통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문물의 대부분을 중국을 통하여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제 이것들은 우리의 소중한 인문학적 자산이 되어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친구들에게 한국에 온 소감을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친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관광지나 유적지에서 만나는 한자는 한자 종주국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TV 드라마나 영화에는 국가에 대한 충성, 가부장적 전통, 가족애, 신의, 남녀간의 지순한 사랑 등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한국은 현대사회에서 상실된 이러한 것들을 전통으로 인식하고 잘 보존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중국의 장군 100인, 장차관 100인, 예술인 100인이 참가하는300인 행사에 참석하였다. 베이징 부근에서 1박2일에 걸쳐 열렸는데, 주로 서예와 그림을 표구하여 전시하거나 현장에서 자기의 배움을 확인하고 솜씨를 보여주는 행사였다. 대개 현역에서 은퇴한 분들이었지만 인문학에 대한 조예와 소양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틀 동안, 시와 문학을 이야기 하고 현장에서 서예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의 저력은 저런 분들의 인문학적 바탕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중간의 기업인들이 사업적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인문학적으로 공통의 지적 교감을 가진다는 것은 상호 신뢰를 확보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중국인들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예술에 깊이 있는 지식이나 내공을 가진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문학적 깊이를 가진 사람은 대개 신뢰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에서 상대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일의 성사에 다가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조조, 관운장, 제갈량을 평가하고 중국의 역사를 논하며 두보의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외국인은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국인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필담이 가능한 정도의 한자를 이해한다. 서방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지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가간 국경의 장벽은 허물어졌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중국시장은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다가와 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기본은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중국내수시장에서의 성공은 현지화에 달려 있다. 중국현지기업의 설립과 경영, 현지인의 채용, 현지시장 진출 등을 위해서는 중국인의 의식과 소비패턴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이러한 일을 잘 처리 할 수 없다. 중국사업에서 인문학적 소양은 중국사업에서 이제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