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더 이상 미뤄선 안돼

2014-09-22 17:01

[사진=부산대학교 사회과학 전임연구원 정여진.]


1977년 도입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최단기간인 12년만에 전 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하였다. 건강보험의 원조국가인 독일 127년, 일본도 36년이 소요된 것에 비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또한, 한국의 건강보험을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고 있으며, 앞으로 UN에서 추진하게될 ‘보편적 건강보장(UHC, Universal Health Coverage)’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인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급여혜택은 받고 있지만, 보험료 부과기준에 있어서는 직장가입자는 월급에 대하여 일정비율 보험료를 부과하고, 지역은 소득과 재산(부동산, 자동차), 성, 연령 등에 부과하며, 피부양자 2,040만명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 등 복잡하고 불공정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얼마 전 동반자살로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송파 세 모녀는 소득없이 월세 38만원과 가족 수에 보험료가 부과되어 월 5만1,0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또한 실직하여 지역가입자로 바뀌게 되어 소득이 감소하여도 재산, 자동차, 가족구성원이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 다닐 때보다도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도 많다.

부과체계가 이러하다 보니 생계형체납자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며, 보험료 관련 민원만 한해 5,700만건(전체 민원의 80%)에 달하고, 심지어 공단직원들은 흉기로 위협과 폭행을 당하고 민원인이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게다가 고소득, 고액재산 지역가입자 등은 높은 지역보험료를 피하기 위해 직장에 위장취업하는 불법행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형평과 불공정에 대한 개선을 위해 ‘소득 중심의 단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의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9월말까지 상세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 발표한 개선방향에 따르면 부과대상 소득의 범위를 확대하고, 소득외 부과요소(성·연령, 재산 등)는 축소 부과하고,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는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저가재산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고액재산가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지역가입자의 부과체계는 소득자료보유율이 낮은(89년 10% → 현재 92%로 추정) 때에 도입된 제도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대적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유지되어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정부는 소득파악률과 국민의 저항 등을 이유로 부과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전세계 어디에도 전국민의 소득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고 이미 사회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대만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를 하고 있다. 소득자료보유율의 여건은 이제 우리나라도 충분히 성숙되어 있다.

지금이 제도를 공정하게 개선할 적기이므로 서민들에게 도움되는 합리적인 제도를 개선을 하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혀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