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러시아 압박 협공...금융·에너지 분야 신규제재 결정

2014-09-12 10:46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조치를 결정했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조치를 발효하며 러시아 압박에 나선다. 서방의 이 같은 움직임에 러시아 또한 식품에 이어 서방산(産) 자동차와 의류에 대한 금수조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 28개 회원국들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신규제재안을 결정하며 본격적인 러시아 경제 압박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휴전 이행여부에 따라 제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도 함께 제시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5일 이미 러시아 제재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고, 당초 8일부터 발효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휴전협정이 성사되면서 상황을 좀더 주시해보자는 취지로 이를 연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금융·에너지·국방분야에 대한 신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난 5일 이후부터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정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번 추가 제재조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신규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적 대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대가를 치르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불합리한 조건을 대지 말고 갈등의 궁극적 해결을 위한 휴전협정을 잘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및 국제사회와 협력하길 바란다"면서 "약속을 잘 이행하면 제재는 철회될 것이며, 그렇지 않고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계속 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면 그에 따른 비용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진할 러시아 신규 제재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12일 발표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제재안에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에 대해 미국인의 신규 거래를 금지하고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은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러시아 농업은행, 뱅크 오브 모스크바 등 모두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여러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준비 중인 제재안에는 러시아가 북극해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진행 중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 탐사를 막는 방안을 비롯해, 러시아와 에너지 사업 합작 사업 금지 등의 에너지 분야 제재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러시아 제재안 또한 12일 EU 관보 게재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EU의 이번 러시아 제재안에는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 네프트 등 러시아 주요 석유회사와 방산업체가 유럽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일부 전자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와 푸틴 대통령 측근 등 24명에 대한 여행 금지·자산 동결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같은 제재는 이달 말 우크라이나 휴전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해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서방의 '대 러시아 옥죄기' 움직임에 러시아도 식품에 이어 서방국 자동차와 의류에 대한 수입금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대통령 경제수석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서방국 농산물에 대해 금수 조치를 취한데 이어 이번에는 자동차와 의류 금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재무부는 이미 구체적인 금수 품목을 정해놓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