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보복조치에 따른 '가스대란' 대비 비상수급책 마련

2014-09-02 15:21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EU 정상들은 특별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1주일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브뤼셀 = 신화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대한 보복조치로 올해 겨울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EU가 만약의 '가스 대란'에 대비한 비상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원회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 EU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가스 수출 금지와 산업용 수요 제한 등을 포함한 비상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단기적으로는 올겨울 유럽 동남부 국가로의 가스 공급이 우려스럽다"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EU 밖으로의 가스 반출을 금지하고 산업용 가스 사용을 제한해 가정으로 공급하는 긴급조치의 발동이 최선의 대책이다"라고 말했다.

EU가 이처럼 긴급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러시아의 가스공급이 차단되면 당장 올해 겨울 유럽 국가의 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유로존 전체 경제에까지 막대한 파급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은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 가스공급에 100% 의존하고 있는 EU 회원국은 총 6개국이며, 이들 중 4곳은 우크라이나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앞서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EU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서방측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EU는 대(對)러시아 추가제재 조치로 러시아가 발행하는 국채 매입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 EU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1주일 내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후 "일주일 내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제시할 것을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한다"며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이틀 동안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며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주일 내에 추가 제재를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에 파견된 각국 대사들은  오는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추가 제재안의 세부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