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만대 판매 눈 앞둔 글로벌 ‘자동차 빅3’, 그들의 고민은?

2014-09-10 16:0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빅3가 올해 연산 1000만대 판매를 동시에 달성할 것이 유력시된다.

1000만대는 자동차 업계에 ‘마의 벽’이자 ‘바벨탑’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까지 80년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워왔던 GM은 10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업파산의 수모를 당했다. 도요타도 GM을 제치고 글로벌 확장을 빠르게 전개해 나가며 1000만대에 도전했지만 2008년 897만대에서 대규모 리콜과 자연재해에 부딪혀 꿈을 미뤄야만 했다. 두 회사가 잠시 후퇴한 사이 폭스바겐은 지속 성장하며 1위 경쟁에 가세해 현재의 빅3 체제를 완성했다.

지난해 도요타는 998만대, 폭스바겐은 973만대, GM은 972만대를 판매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5.6%, 1.4% 증가한 510만대, 507만대, 492만대의 판매고를 올려 연간 10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 산업이건 1000만대 체제와 같은 규모의 사업 구조에 도달하면 규모에 맞게 경영전략을 재편해야 하고, 이를 위해 내부 시스템과 조직 변화를 추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빅3들은 새 시대에 대한 대비보다는 현재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품질·지역 간 판매 불균형 발목 잡아
현대차그룹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는 10일 발표한 ‘글로벌 빅3, 1000만대 이후 과제 및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3들이 단기적으로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품질 문제, 지역 편중, 수익성 강화 등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지속 성장 기반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도요타는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유럽지역에서 판매는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승용차 수요가 12.3% 증가한 중국에서 판매 증가율이 11.4%에 그쳐 시장 성장률보다 낮았다. 특히 2012년 반일 감정 확산 이전의 5% 점유율 회복에도 실패했다.

회복 국면에 접어든 유럽에서도 점유율 4%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등 일부 모델의 호조에도 불과하고 GM·닛산 등 중하위권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점유율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도요타 전체 판매의 16%를 차지하는 아세안·태평양 지역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2.1% 판매가 줄었는데, 정치 상황 불안으로 상반기 수요가 40% 감소한 태국에서 판매 계획을 하향 조정했고,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 판매량도 3.4% 감소했다.

프리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HEV 라인업으로 지난해 HEV 누적 판매 600만대를 달성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델은 부족해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에서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1%, 21.8% 증가한 반면, 미국과 브라질, 인도에서는 각각 5.3%, 14.9%, 37.3% 급감해 지역 간 편차가 심화됐다. 여기에 그룹 매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승용 부문은 32.3%나 급감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승용 부문에서도 아우디와 포르쉐 등 고급차 브랜드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매출이 5.7%, 영업이익은 4.2% 성장했지만, 전체 그룹 매출의 44.2%를 차지하는 폭스바겐 승용 부문이 3.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도 3.0%로 그룹 평균 이익률 6.0%를 크게 하회했다.

폭스바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개발 투자비가 약 2배나 증가했지만 효과가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대 생산 거점인 독일의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GM은 북미·중국이 성장을 견인하며 판매가 늘었지만, 한편으로는 양 지역 의존도가 올 상반기 62%에 달해 편중도가 심화됐다. 반면 그 외의 지역에서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 상반기 6.2% 성장한 유럽에서 대부분 업체가 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쉐보레는 0.8% 감소했다. 시장 전체가 부진한 인도, 러시아에서도 수요 감소폭보다 더 크게 줄어들며(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고, 주력시장인 브라질에서도 구형 모델 감소 등의 영향으로 8.5%나 판매가 줄었다.

GM이 처한 최대 문제는 부품 결함 은폐로 시작된 대규모 리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월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시작된 리콜 규모는 8월까지 2957만대로 2013년 전 세계 모든 업체의 리콜 규모인 3000만대에 육박했다. 또한 상반기 리콜 관련 비용은 25억 달러에 달해 영업이익을 초과했고, 리콜 관련 벌금 납부와 민형사 소송 움직임 등으로 향후 리콜 관련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가 제시한 해법, 누가 승자가 될까?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법은 다르다. 글로벌 빅3 최고경영자(CEO)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명운을 바꾸기 위한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오너 일가 3세인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변했는데 '예전에는 이렇게 성공했다. 왜 바꾸는가'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성장은 멈춰버린다. 앞으로는 성장을 향해 체질 개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성장론은 지난 3월 일본 최대 업체 CEO로서 금기시했던 영역을 건드리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 아키오 사장은 “일본 내에서 300만대 생산을 유지하고 싶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300만대 생산체제는 일본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해 도요타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룰이었지만 아키오 사장은 이를 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보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책정한 높은 세율과 생산비용, 엄격한 규제가 300만대 체제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지난 7월 간부회의에서 “솔직해지자. 우리의 생산성은 경쟁사에 비해 낮다. 이것이 명확하며 효과적이고 고통스러운 실행을 당장 취해야 하는 이유다”며 낮은 수익성과 비효율성을 강하게 질책하며 2017년까지 50억 유로를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규모의 성장에 따른 휴유증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추락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메리 바라 GM CEO는 끊임없이 GM의 발목을 잡고 있는 품질 문제에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실수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문제를 인지한 즉시 행동했다”는 말로 달라진 GM을 소비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있다.

◆부진한 성장지역 판매 확대, 비용절감에 성패 갈려
CEO들의 강력한 개혁 의지에 따라 3사는 지속 가능한 1000만대 체제 유지를 위한 체질 개선작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글로벌 빅3는 각사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포트폴리오 조정과 라인업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원가절감,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큰 방향에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중국과 유럽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신흥시장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판매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HEV 경쟁력 강화,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조기 출시로 친환경차 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강화하면서 신플랫폼(TNGA) 적용을 통해 비용 절감을 추진키로 했다.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 등 우위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취약 시장인 북미와 신흥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을 투입해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친환경차는 PHEV 중심으로 대응하고, 경영진 주도의 전사적 비용 절감을 추진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GM은 우위 지역인 중국 투자를 강화하는 동시에 취약한 아태 지역 판매 기반 확보로 성장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저가 트림을 추가한 2세대 볼트 출시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펠 중심의 유럽 전략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이들 업체의 미래 전략이 예상대로 맞아떨어진다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시장은 갈수록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로컬업체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기존 후발 업체, 테슬라 등 신흥 전기차 업체들의 추격을 어떻게 방어해 낼 수 있는 가도 1000만대 체제 유지를 위한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