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대우자동차 헐값 처리, 한국경제 천문학적 손해”

2014-08-18 14:44
26일 회고록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 기념회
대우그룹 유동성 위기는 정부에서 비롯, ‘기획해체’ 주장
노태우-김일성간 남북정상회담 무산 첫 공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행사에서 회한에 잠긴 듯 두 눈을 감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news.co.kr]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후 지난 15년간 꺼낼 수 없었던 비밀을 담은 사실상 그의 회고록이 오는 26일 공개된다.

지난해부터 출간 시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이 책에는 대우그룹 해체는 물론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 된 IMF 외환위기 체제하에서의 국가경제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그로 인해 한국이 감수해야 했던 피해와 김 전 회장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출간 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의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 기념회가 열린다.

이 책은 한국현대경제사 전문가인 신 교수가 4년 전 김 전 회장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2012년 여름 책 출간에 합의한 뒤 베트남 하노이와 서울 등지에서 20여차례 만나 150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내용을 토대로 완성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에서 그동안 잘못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밝혔다는 후문이다. 출판 기념회 당일까지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정해졌으나, 주최측에서 보내온 내용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대우 몰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대우자동차(현 한국GM)’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나치게 확장 투자를 벌이다가 대우차의 부실로 몰락했으며, 정부는 대우 해체 후 다른 그룹 계열사들은 살렸으나 대우차는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에게 거의 공짜로 넘겼다. '부실이 더 심해져서 국민 경제에 더 큰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신 교수는 책 속에서 “정부의 이러한 판단이 크게 잘못됐고, 오히려 남 좋은 일만 시켜서 한국 경제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또한, IMF외환위기 상황 속에서 진행됐던 대우차와 GM간 합작 협상은 자금사정이 나빠진 대우가 GM에 합작을 요청했고, GM이 대우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합작협상이 깨졌다는 것도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실제와 다르게 알려진 이유를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둘러싼 경제관료들과의 충돌에서 찾았다. 책 속에는 그가 왜 경제정책 논의에 깊숙이 개입하게 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경제 관료들과 충돌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어떤 입장이었는지 등을 상세히 다뤘다고 신 교수는 전했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정부 측 주장이 본말을 전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에서는 그가 어떤 근거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대우가 워크아웃으로 처리되는 1999년 8월까지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부의 판단과 행동에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책 속에는 김 전 회장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대북특사’로 일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를 만들어내고 노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간 정상회담을 거의 성사시켰다는 것을 처음 공개한다.

또한 하노이에 머물며 옛 대우인들의 모임인 세계경영연구회에서 지난 2012년 발족한 청년 해외취업 프로젝트 ‘글로벌 영 비즈니스 매니저스(GYBM)’ 과정을 통해 ‘대우인’을 조련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최근 근황을 소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GYBM 100만 양성론’을 거론하며 노년을 국가에 대한 봉사에 매진할 것임을 약속했다.

신 교수는 “지난 15년간 IMF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일관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저 조차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고, 제대로 알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며, “이 책은 대우해체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증언과 논란을 넘어 세계경영에 대한 재해석과 신흥시장 진출에 대한 교훈, 한국이 현재 당면한 저성장이나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대우의 세계경영이 주는 의미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