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삼성전자에 액면분할ㆍ배당확대 유도
2014-09-04 17:39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한국거래소가 기관 역할에 맞지 않게 민간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액면분할, 배당확대를 압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같은 정부 부처가 특정 기업을 언급해가며 정책을 추진해도 관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냈다는 얘기다.
4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국내·외 액면분할 사례 분석 및 초고가주 시사점' 자료에서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 2개사를 따로 거론하며 액면분할과 배당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래소는 "미 국민주로 불리는 애플이 액면분할 및 배당확대로 주가를 제고했다"며 "주가나 거래량에서 삼성전자보다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일 기준 175조원이다. 이에 비해 애플은 635조원으로 4배 가까이 크다. 배당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1.0%로 애플(2.4%) 절반도 안 된다.
거래소는 "삼성전자를 보면 국내 증권사가 최근 목표주가를 140만원대로 하향 조정했다"며 "반면 애플은 주식분할 실시 이후 마켓워치 조사 결과 투자자 절반이 매수 등급을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최고가주를 액면분할로 국민주로 바꾸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데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배당확대를 강조할 때도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특정 기업을 지적하지는 않았다"며 "거래소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자본시장 인프라를 유지, 관리하는 게 본업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 의견은 어떤 것이든지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기업은 여러 경영전략 포트폴리오 가운데 지속성장을 위한 선택을 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7월 중간 배당금을 전년과 똑같은 1주당 500원으로 동결한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한 것은 우리와 미국 증시에서 비중이 큰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특정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