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M 첫 기조강연’ 황준묵 “국내파 세계적 수학자 나와야”

2014-08-15 23:51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15일 “끝날 때까지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끝나고 아는 분, 모르는 분 모두 다가와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황 교슈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전날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기조강연을 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기조강연은 전에도 한 적이 있지만 ICM 기조강연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끝나고 나니 안도감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황 교수는 1999년 기하학계 난제로 꼽혀온 ‘라자스펠트 예상’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고, 이후 40여년 간 세계 어느 수학자도 풀지 못했던 변형불변성의 증명을 완성해 명성을 떨친 한국 수학계의 거장이다.

ICM 조직위원이기도 한 황 교수는 “5년 전 처음 ICM이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 결정됐을 때는 ‘정말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됐다”면서 “개막식의 막이 오르자 우리가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큰 자부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88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이 주역이 되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ICM 또한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 ‘한국이 주역이 되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아르투르 아빌라(브라질)가 미주·유럽 외 지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가 된 것을 보며 자극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는 “나를 비롯해 다른 한국인 초청 강연자들도 미국에서 공부했으니 강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공부는 미국에서 했으나 한국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강연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4년 전 필즈상을 받은 베트남 출신의 응오 바오 짜우는 대학부터 프랑스에서 나왔으니 베트남 수학의 발전을 대변한다고 말하기 힘들다”면서 “우리나라 수학이 두번째로 높은 4등급(수학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가 진정한 수학 선진국으로 거듭나 가장 높은 5등급에 오르려면 국내에서 교육받아 국내에서 연구하는 세계적인 수학자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조강연자이자 조직위원으로 몇달 간 정신없이 ICM을 준비한 황 교수는 이제 대회가 끝나면 다시 연구 일선으로 돌아간다.

그는 “조직위에 있으니 다른 일이 많이 편안히 강연을 들을 수가 없다”면서 “무사히 마치고 편안한 내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