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고객 틈새시장 찾아라

2014-08-11 15:42
특정 직업군 대상 대출상품…전문직서 서민금융으로 세분화

[사진=우리은행 제공]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내 은행들이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출시해왔던 대출상품의 고객을 자영업자 등 서민계층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데다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상품 타깃을 세분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 수협은행 등은 개인택시 운전자 및 자영업자 등을 위한 대출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우리은행의 '우리 개인택시사장님 대출'은 개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11일 기준 최저 5.57%이며 별도의 소득증빙자료 없이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증과 택시사업자등록증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 초 골목상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우리동네 사장님 대출'과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우리동네 어린이집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수협은행은 사업기간 3개월 이상인 신용카드 가맹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최저금리 연 4.7% 수준의 '매일매일 신바람대출'을 출시했다. 무보증 대출상품인 매일매일 신바람대출의 한도는 최대 2억5000만원이며 신용카드 매출액과 신용등급, 사업기간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이처럼 은행들이 서민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그동안 특정 직군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직업 특성에 맞는 상품을 제시해왔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상당수 은행들은 의사 및 변호사, 금융인, 공무원 등 고소득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군을 대상으로 특성에 맞는 대출상품을 판매해왔다. 은행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 닥터론(의사)' 및 '신한 의료인 행복대출(간호사 등)'을 비롯해 법률·회계·부동산 관련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Tops 전문직우대론'과 초·중·고 및 대학교 임직원 대상 '엘리트론'을 판매해왔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말 기존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을 개편해 △KB리더스신용대출(사회지도층) △KB평생파트너신용대출(공무원, 군인, 교직원) △KB금융전문인우대대출(제1금융기관 등 재직 직원) 등 6개 상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서민금융 지원 기조가 강화된 데다 기존 대출상품의 경우 경쟁 은행들도 유사한 성격의 상품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새로운 직업군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문직 보다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이 보다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세분화되면서 경쟁 은행의 인기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따라하는 '미투(Me Too)' 상품들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상품이나 정책의 일환에 우선순위를 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 대출상품이 세분화되면서 미투 상품들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