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 악성미분양 급증…수억원 낮은 '마피'까지 등장

2024-12-19 18:21
대출규제·탄핵정국 여파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상품까지 악영향
대우건설 도시형생활주택 '신길 AK 푸르지오' 최고 1억5000만원↓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연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도권에서도 악성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형건설사가 분양에 나선 대단지도 미분양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아파트 대체 상품은 분양가보다 수억원이 낮은 가격에 전매가 진행되는 '떨이 분양'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인 '신길 AK 푸르지오'는 최근 분양가보다 15% 이상 할인한 금액에 전매 물건이 나오고 있다. 최소 1억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 수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은 매물도 소형 물건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들어선 이 단지는 도시형생활주택 296가구(공공임대주택 10가구 포함)와 오피스텔 96실 등으로 구성됐다. 2021년 첫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아후 계약 포기 물량이 쏟아지며 미분양 물량이 현재까지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기가 좋던 남향 물건도 전혀 나가지 않고 있다"며 "지난 7월에 이어 8월에도 미분양 물량에 대한 분양과 무순위(임의공급)이 진행됐지만 분양 물량을 다 털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분양 물량을 최초분양가로 인수해야 하는 시공사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서울 주요 지역의 역세권 오피스텔도 과거와 달리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상봉역 역세권인 중랑구 '유보라 퍼스트리브'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 이상에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준공한 도봉구 오피스텔 '더 프라우드 창동'은 잔여 호실을 최대 40% 저렴하게 내놨다. 입주 수요가 꾸준했던 용산 일대 오피스텔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구 남영역 인근 한 오피스텔은 분양가의 85% 수준인 6억8000여만원에 잔여 물량이 나왔다.
 
인천 지역에선 대형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아파트에서도 미분양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서 분양한 '인하대역 푸르지오 에듀포레'는 0.7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분양을 면치 못했다. 학익3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1500가구 규모 대단지로, 이 중 689가구를 일반분양했지만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은 7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한 달 새 33.1%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인천 지역 악성 미분양은 같은 기간 992가구 늘며 178.7%로 폭증했다. 서울은 523가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부동산 시장 심리가 불안해지면서 분양 후 매물이 팔리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이 계속 이뤄지다 보니 수도권에서도 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미분양 물량 적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