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항공 ‘차세대 먹거리’ 항공우주산업 메카 부산 테크센터 가보니

2014-08-03 14:50
항공우주사업부문 2020년까지 매출 3조원 규모 목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군용정비 지역 꼽혀
A320 샤크렛, B787 구조물 등 민항기 사업 궤도 올라

미군 RC-12 조종계통 정비를 마친 후 수직날개 계통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엔지니어 모습.[사진=대한항공]


아주경제(부산)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은 운송을 넘어 항공기부품과 무인기 제작 등 항공우주사업 분야 육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사업부문을 2020년까지 매출 3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입니다.”

김해공항에서 논밭을 가로질러 10분여 달려 항공기의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책임지는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에 도착했다. 철조망으로 둘러싼 외벽과 보안상의 문제로 입구에서 하는 신분검사는 군사분계선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대한항공이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공개했다. 테크센터는 70만6000㎡(21만3565평)로 축구장 약 85배의 규모에 달한다. 민항기 중정비는 물론 공군‧주한미군 등의 군용기 창정비, 전자보기(부품) 정비가 이뤄진다. 또 보잉‧에어버스 등 유수한 항공기 제작사에 B787 첨단 복합재 구조물, A320의 샤크렛, A350의 카코도어 등 항공기 구조물을 개발‧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가 미 F-16 전투기 날개 부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운송을 넘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력하는 사단무인기와 틸트로터(TR-6X)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우주사업부의 무인기 매출은 지난해 실적 7642억 가운데 10%에 불과하지만 미래의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담당 인원은 전체 인원의 15%을 배치하고 있다.

이재춘 항공우주사업본부 부장은 “항공산업트렌드는 유인기에서 무인기로 바뀌고 있고, 전세계 메이저급 업체들이 무인기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3조원 매출을 목표로 대한항공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미래 주력제품으로 꼽는 사단무인기 양산화가 향후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단무인기는 영상감지기능이 뛰어나 낮에는 상공 2~3km위에서 사람 얼굴을 정확하게 찍어내고, 야간에는 적외선기능으로 어떤 물체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8월 말 사단무인기 군수납품을 시작으로 9월 양산을 준비 중이며 고공 시험비행을 하루 한두 번 2시간씩, 한두 달 100회 이상씩 진행하고 있다.
 

파손된 UH-60 헬리콥터를 다시 기동할 수 있도록 항공기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수직이륙뿐만 아니라 고속비행이 가능한 헬리콥터인 틸트로터 개발에 힘쓰고 있다. 틸트로터는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악지역이 많은 곳에 유리하다. 이 부장은 “틸트로터 유인기의 경우 미국이 상용화 시켰는데 대한항공은 무인기로 상용화 시키려 한다”며 “보잉, 에어버스, 록히드마틴 등에서 관심이 상당히 많아 공동개발 제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센터 군용기 정비공장 밖의 활주로에서는 정비를 마친 미국 공군의 HH60 헬기가 굉음을 내며 시험비행 중이었다. 정비공장 내에서는 등뼈구조를 훤히 내놓은 주한미군 A-10 전투기의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군용기는 5년 주기로 모든 부품과 기본골격을 점검하는데 이날 창공을 가로지르며 위용을 뽐내야할 1급기밀 전투기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투기의 골격만 남기고 해부수준으로 장탈한 상태라 적군의 미사일과 총알을 받을시 충격을 흡수해주는 발라스틱폼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테크센터 군용기 정비공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큰 정비 지역으로 꼽힌다. 이영환 군용기 정비공장 부장은 “안전한 운항에 목적을 둔 민항기보다 단순화‧고속화에 힘쓴 전투기는 전자 시스템이 많아 정비가 더 까다롭다”면서 “주일미군, 주한미군, 한국군의 99%가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군용 정비를 맡긴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설계부터 개발, 제작에 이르는 전 분야를 참여하고 있는 B787 항공기의 후방동체(AFTER BODY)가 제작이 완료된 후 엄격한 품질 검사를 진행 중이다.[사진=대한항공]


보잉787의 첨단 복합재 구조물을 생산하는 복합재 2공장에 들어서자 귀가 찢어질 듯한 드릴소리가 들렸다. 항공기 이착륙에 가장 중요한 랜딩기어를 장착하는 곳은 온‧습도를 21도 내외로 조절하기 위해 서늘했으며 실링작업으로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나는 접착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장 오른편에는 ‘787 월 10대 생산 달성’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보잉사의 첨단 여객기인 B787의 후방동체 등 6개 구조물 제작사업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올 7월 29일 이 같은 성과를 달성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들이 A320 샤크렛 최종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세계 유수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와 함께하는 대한항공의 민항기 공동개발은 어려운 개발과정을 끝내고 정상궤도에 오른 상태다. 항공기 날개 끝에 부착하는 ‘L’자형 구조물인 ‘샤크렛’이 생산되고 있는 민항기제조공장의 왼쪽편엔 지난해 4월 1280㎡(387평) 규모로 완공된 ‘오토 무빙 라인’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샤크렛은 지난 2월 1000개를 돌파했으며 이는 2012년 4월 첫 제품을 납품한 이후 22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건영 민항기 제조공장 부장은 “샤크렛은 항공기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최소화해 공기 저항을 감소시킨다”며 “3.5~4% 연료효율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 인기가 많고, 대한항공의 효자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샤크렛으로 오는 2017년까지 총 40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