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더 싸게’ 특가 항공권의 빛과 그림자

2014-07-06 08:00
경쟁 치열해진 항공업계…소비자들 선택폭 넓어져
저렴한 가격 대비 ‘배보다 배꼽’ 환불수수료 주의

'특가 항공권' 환불시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진에어의 경우 특가항공권(왕복) 1장당 10만원의 환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사진=진에어]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항공업계가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특가 항공권’은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환불시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객 선점에 열을 올리는 항공업계는 여름휴가는 물론 추석연휴와 겨울휴가까지 내다보고 저마다 특가 항공권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항공권을 미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지만 각 항공사마다 다른 환불정책과 과도한 환불수수료로 인한 불만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또 초특가항공권의 경우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할당된 항공권은 평균 10석 미만이라 ‘미끼용 티켓’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로 특가항공권이나 얼리버드(일찍 예약할 경우 할인된 항공운임 제공) 항공권의 경우 특별히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는 상품인 만큼 환불수수료와 제약조건이 많다.

특히 국내 및 해외의 저가항공사들의 특가항공권은 환불 수수료가 50%에 달하거나 아예 환불금지 규정을 정해 놓고 있어 일정변경의 여지가 있다면 예약시 주의해야 한다. 또 날짜나 클래스 변경 등도 불가능해 할인가에 맞먹는 취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 경우 여행사 측 취소 수수료까지 더해져 금액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가항공권은 특정 시기와 상황에 따라 미리 팔겠다고 내놓아 환불 수수료가 높고 제약이 따른다”면서 “항공권을 구입할 때 이러한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 신중하게 구입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스타항공의 특가항공권의 경우 아예 환불 자체가 불가능하다.[사진=이스타항공]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특가항공권 환불 위약금을 조사한 결과, 노선에 따라 차등은 있지만 대한항공은 특가항공권 1매당 6만원, 아시아나항공은 5만원 가량의 환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왕복항공권 1장당 10만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에어부산은 구간별 환불수수료 차등을 둬 5만~10만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기존에는 항공권 가격 상관없이 50%의 취소 수수료 부과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일본 후쿠오카 외 3개 일본‧중국 일부 노선은 5만원, 필리핀 세부 외 6개 동남아 노선은 10만원으로 바뀌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도 왕복항공권 1장당 환불 수수료는 5만원이다. 이스타항공은 환불 자체가 불가하며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만 돌려주고 있다.

일례로 특가항공권 대비 취소수수료를 비교해보면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금액을 환불 수수료로 물어야 하거나 아예 되돌려 받지 못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특가항공권을 판매중인 진마켓과 플라이앤세일에서 인천~홍콩 최저 특가왕복 항공권은 각각 24만1600원, 19만5600원이다. 출발 전 환불을 하면 진에어의 경우 총액의 45%가량인 14만1600원을, 에어부산의 경우 총액의 49%가량인 9만5600원만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현재 도쿄취항 3주년 기념으로 인천~나리타(일본) 특가항공권을 판매중인데 편도총액운임이 9만700원(한국발)으로 저렴하지만 환불 불가 정책으로 취소시 환불을 아예 받을 수 없다.
 

특가항공권 환불수수료 비교표[표=김효곤 기자]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가항공권은 아예 환불이 안 되며 일부항공사의 경우 유류세와 공항세도 환불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피해접수를 집계한 결과 ‘항공권 구입 취소시 위약금 과다·환급 거절’에 대한 민원이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 고객이 일정변경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자 항공사는 특가항공권이라며 세금만 환급해주겠다고해 한국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당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 이내에서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조정결정을 내린바 있지만 최종 결과는 변한 게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