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통제‧훈련‧정비 ‘삼박자’ 갖춘 대한항공 핵심 안전시설 가보니(종합)
2014-07-01 17:13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항공 통제센터는 기장의 ‘또 다른 눈’이 돼주는 곳 입니다.”
1일 오전 9시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A동 8층에 있는 ‘통제센터’에 들어서자 한 벽면을 가득 채운 큰 화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큰 지도와 레이더망은 물론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탑재 연료량‧고도, 기상데이터 등의 정보가 형형색색 표시돼 실시간으로 보였다. 55여 명의 근무자들은 혹시나 항로이탈, 기상악화 등의 문제가 생길까 화면 쪽에 시선을 고정한채 모니터링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세월호 참사 이후 항공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짐에따라 항공기 운항과 기내 승객의 안전을 위한 핵심 조직과 시설을 외부에 최초로 공개했다. 한 관계자는 “항로를 변경하거나 회항을 하는 것을 안전조치로 보지 않고 마치 사고인 것처럼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상기 대한항공 종합통제부 상무는 “통제센터에는 운항‧탑재‧기상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 160여 명이 3교대로 24시간 동안 근무한다”며 “이들은 하루 평균 국내 30~40편, 미주 10~15편의 항로를 확인해 계획대로 운항하고 있는지 파악하며 기장의 ‘또 다른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통제센터에는 운항을 직접경험해본 기장 출신도 근무해 지상 통제시스템에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본사 건물 옆에 있는 6000여 명 객실승무원들의 안전교육이 이뤄지는 객실훈련원도 공개됐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 규모로 항공기가 강이나 바다에 비상 착수하는 상황을 대비한 대형수영장, 비상탈출 훈련용 모형항공기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 100여 명의 객실승무원들은 각각 항공기 출입문 개폐실습, 화재진압, 응급처치 등의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 중 객실승무원 10여 명은 B747-400 모형항공기에서 비상착륙 시범을 보였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훈련했는데 승무원들은 양손은 앞으로 쭉 뻗은 채 몸을 공중으로 띄워 미끄럼틀에 몸을 맡기고 신속히 탈출했다. 연습이었지만 실제 사고 상황인 것처럼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ㄷ’자 모양의 본사 빌딩 중심에는 축구경기장 2개를 합친 규모(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에 초대형 격납고가 있었다. 격납고에는 B747 2대와 A330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기체와 엔진, 각종 장비와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 개조하며 필요한 부품을 교환하는 등 항공기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하는 작업이 24시간 진행된다.
격납고에 입구에 들어서 수리중인 항공기 근처로가자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항공기의 중심인 엔진을 정비하기 위해 연료탱크를 열어놨기 때문이었다. 한 정비사는 높은 사다리에 올라 B737-900 기종의 창문틀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임동신 격납고 정비사는 “이 항공기를 정비하기 위해 20명의 정비사가 투입되며 15일 밤낮없이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주로 6000시간의 비행시간, 5500번 랜딩한 기체를 대상으로 정비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정비인력은 3400여 명으로 자체적인 정비가 가능하다. 공항동 본사 외에도 인천, 부산 등에 5개의 정비 격납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보유 전 기종에 대해 비행 전후 점검 등 운항 정비, A체크(1~2개월 주기), C체크(약 2년 주기), D체크(약 6년 주기) 등 정시점검, 기내엔터테인먼트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항공기 개조, 항공기 페인팅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 항공사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즉각적인 정비가 가능하다 보니 지난해 99.86%의 높은 운항정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 항공사 평균 운항정시율 98.91% 대비 0.95%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항공사”라며 “월급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세계 최상 수준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