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기대 이하 성적…외화들의 성공

2014-06-30 14:04
한국 vs 미국, 상영편수 많았지만 매출은 미국이 ‘승’

[사진=영화 '겨울왕국'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의 절반이 지났다. 올 상반기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한국영화계의 수난이라고 볼 수 있다. 기대작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고, 할리우드 영화들은 강세를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내에서 상영된 한국영화는 475편으로 미국(451편)보다 24편이 많았다. 매출 점유율은 한국이 월등히 높았다. 한국영화들은 총 9099억 1448만 4105원의 매출을 올려 58.7%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은 5712억 6549만 943원(36.8%)으로 조사됐다. 관객수는 각각 1억 2728만 6315명과 7574만 4012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1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살펴보면 미국영화의 상영편수는 265개, 매출액은 3925억 965만 4662원, 5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영화는 278편으로 미국보다 조금 많았지만 매출액은 3099억 4641만 7934원(41.9%)으로 뒤졌다. 관객수에서는 미국이 4944만 4537명, 한국이 4148만 3404명이다.
 

[사진=영화 '수상한 그녀' '변호인' 포스터]

◇ 대작으로 평가 받았던 국내작품들의 흥행 부진
할리우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같은 ‘역전’ 현상은 대작으로 평가 받았던 국내영화들의 흥행 부진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수상한 그녀’가 863만 4800여명으로 2위에 랭크됐다. 구랍 18일 개봉해 천만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이 올해에만 568만 6400여명의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4월 30일 동시 개봉한 ‘역린’과 ‘표적’이 각각 383만 6400여명, 283만 2500여명으로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상영 중인 ‘끝까지 간다’(308만 2900여명)는 종영 이후 반영된다. ‘변호인’을 제외하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4편이 전부다.
 

[사진=영화 '역린' 스틸컷]

100억 대작으로 평가 받은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일 뿐 아니라 해병대를 만기 전역한 현빈의 복귀작이라는 메리트로 큰 기대를 모았다.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박성웅, 한지민, 김성령, 정은채 등 초호화 캐스팅도 한몫했다. 하지만 빼어난 영상미를 부각시키면서 스토리 전개의 지루함이 드러났고,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주객이 전도된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역린’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며 퇴장했다. 해외선판매로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에서 320만명으로 조정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낮았던 ‘수상한 그녀’와 ‘표적’이 각각 손익분기점인 200만명과 180만명을 훌쩍 넘기며 매출 점유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다.

지난 3일 전야개봉한 ‘우는 남자’와 ‘하이힐’ 역시 각각 100억여원, 60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두 작품의 누적관객수는 60만 1900여명과 34만 300여명이다. 한국영화의 올 전반기 최종 공식 매출 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사진=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엑스맨:퓨처 오브 패스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포스터]

◇ 첫 천만 돌파 애니 ‘겨울왕국’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
한국영화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에서 ‘겨울왕국’은 신드롬으로 기록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에서 첫 천만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된 ‘겨울왕국’은 최종 1027만 9800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1위다. ‘겨울왕국’은 2D로 본 관객들이 3D, 4D, IMAX로 다시 보기를 아까워하지 않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겨울왕국’을 보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심지어 학교에서 한 교사가 불법 다운로드 받은 ‘겨울왕국’을 틀어주는 일도 벌어졌다.

거리에는 ‘겨울왕국’의 메인테마곡 이디나 멘젤의 ‘렛 잇 고(Let it go)’가 울려 퍼졌으며 아이들은 ‘렛 잇 고’ 부분 만큼은 따라 불렀다. 국내 가수들의 ‘렛 잇 고’ 커버송(cover song·한 가수가 부른 노래를 다른 가수가 바꿔 부른 노래) 행렬도 영화의 인기에 일조했다.

‘겨울왕국’ 외에 블록버스터들 역시 한국에서 날개를 펼쳤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6만 5100여명)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396만 2900여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현재 상영 중, 430만 9600여명) ‘논스톱’(208만 4400여명) ‘노아’(202만 6700여명) 등이 10위권에 안착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현재 상영 중, 434만 6600여명)도 있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관객들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25일 개봉해 29일까지 263만 8000여명을 불러들였다. 변신로봇들의 공습에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은 1600여개의 스크린을 내주고 주말동안 2만 2400여번을 넘게 상영했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랜스포머4’가 전작들과 비슷한 성적을 내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3편은 각각 740만여명, 750만여명, 778만여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 '한공주' '그녀' 포스터]

◇ 다양성영화의 약진 속 외화 강세
다양성영화(작품성,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 저예산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이 마저도 외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다양성영화는 과거 2만여명만 넘겨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최근 10만명을 넘기는 다양성영화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전국 76만 5300여명을 기록했다.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고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출연한 ‘허’(그녀)도 29만 3800여명으로 흥행 중이다.

‘인사이드 르윈’과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스릴러 ‘더 바디’가 각각 10만 4400여명, 7만 3300여명, 6만 9900여명, 6만 5100여명으로 상위권에 섰다.

한국영화로는 지난 4월 17일 개봉한 ‘한공주’와 마동석 주연의 ‘살인자’가 각각 22만 3600여명, 8만 8100여명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다양성영화에서도 외화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영화 '군도' '명량' '신의 한 수' 포스터]

◇ ‘군도’ ‘명량’ ‘신의 한 수’ ‘국제시장’ 하반기를 부탁해
2014년을 ‘할리우드에 안방을 내줬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하반기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7월 3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는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 김인권, 이시영, 안길강, 최진혁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도 몰입도를 높인다.

윤종빈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의 4번째 만남, 말이 필요 없는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등이 출연하는 ‘군도’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군도’ 1주일 뒤에는 ‘명량’이 관객을 찾는다. ‘최종병기 활’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이정현 등이 호흡을 맞췄다.

6.25 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일대기를 그린 감동 스토리의 ‘국제시장’도 기대감을 높인다.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해운대’ 윤제균 감독의 4년만의 신작으로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김슬기라는 라인업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