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2014 상반기 방송 키워드를 '집어주으리'

2014-06-30 14:06
'누나들 어서와~ 연기돌이랑 연하남은 처음이지?'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2014년 상반기 방송은 연기돌과 연하남 전성시대였다. 10·20대를 TV 앞으로 부른 아이돌과 30·40대 여성 시청자를 설레게 만든 연하남 캐릭터를 집어봤다. 더불어 올해 유행어를 소개한다.

 

◇ 노래만 한다고? 연기도 한다

노래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안방극장에도 안착했다.

대표적 연기돌은 그룹 엠블랙 이준. 앞서 드라마 '아이리스2',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이준은 케이블 채널 tvN '갑동이'에서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태생적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류태오로 분한 이준은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

아이돌의 배우 진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대중도 "이준 정도로 연기할 수 있으면 연기에 도전하라"고 말할 정도로 이준은 사이코패스 태오라는 맞춤옷을 입고 자신의 역량을 맘껏 뽐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고 영화 '변호인'으로 일찌감치 1000만 배우로 등극한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은 MBC '트라이앵글'에서 갓난아이 때 보육원에서 광산 부자 집안으로 입양된 윤양하를 맡았다.

양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파양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겉으로는 차가운 재벌 후계자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한없이 여려지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어간 SBS '신의 선물-14일'에는 연기돌이 두 명이나 출연했다. 시크릿 한선화와 B1A4 바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각각 기동찬(조승우)의 흥신소에서 일을 도와주는 배우지망생 제니 역과 6세 정신연령을 가진 지적장애인 기동규 역을 맡았다. 두 명의 아이돌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출연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선화와 바로는 인기 아이돌이라고 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차근히 소화해냈다. 연기에 대한 간절함은 역할의 분량과 비중을 떠나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처음 불안한 시선을 보냈던 시청자도 한선화와 바로의 연기 행보를 응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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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들 마음은 우리가 사로잡는다

안방극장에는 누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 연하남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배우 유아인과 서강준, 박서준 덕분에 설레는 봄이었다.

연하남 열풍에 스타트를 알린 것은 유아인이다. JTBC '밀회'에서 19세 연상의 피아노 선생님 오혜원(김희애)을 사랑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 역을 맡은 유아인은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으로 스무 살의 풋풋한 첫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혜원을 향한 고마움과 존경, 그리고 가슴 뭉클해지는 사랑을 느끼며 서툰 사랑을 이어갔다.

뛰어난 연기 실력도 그의 인기에 힘을 더했다. 유아인은 김희애와 19세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피아니스트로 분한 모습 역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피아노를 치는 듯한 표정과 움직임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서강준은 MBC '앙큼한 돌싱녀'에서 재벌 2세 국승현 역을 맡았다. '연하남의 정석'을 보여주겠다는 듯 서강준은 돌싱녀이자 인턴 동기인 나애라(이민정)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라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 그녀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애라의 전남편 차정우(주상욱)에게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서강준의 매력은 예능에서 또다른 매력남으로 다가왔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에서 서강준은 훈훈한 외모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허당기로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로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다가도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콩글리쉬를 남발하는 모습은 의외의 웃음을 자아낸다.

박서준은 '마녀의 연애'에서 능청스러운 '알바의 달인' 윤동하 역을 맡아 엄정화와 호흡을 맞췄다. 툴툴 거리면서도 은근히 챙겨주고 갑작스러운 스킨십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의 호응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사랑 앞에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배려심 넘치는 모습은 앞서 연기한 '금 나와라 뚝딱!' '따뜻한 말 한마디'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진=팔도 제공, 아주경제DB]


◇ 방송가 유행어는?

1. "으리, 으리!" - 배우 김보성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년간 '의리'를 외치던 김보성은 자신을 패러디한 후배 이국주와,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과 맞물리면서 재조명 받았다.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항아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 "아메으리카노(아메리카노)" 등 모든 단어에 '의리'를 집어 넣으면 완성되는 유행어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은 기본이요, CF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가장 '핫'한 유행어가 됐다.

2. "특급 칭찬이야" - '밀회'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김희애·유아인 조합에 시청자는 열광했고 그들의 뜨거운 사랑에 집중됐다. 그리고 "이거 특급 칭찬이야"라는 말 한마디는 '밀회'의 인기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선재의 피아노를 들은 혜원은 선재를 향해 "이거 특급 칭찬이야"라는 말과 함께 볼을 꼬집었고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밀회'를 패러디하는 대표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나 '무한도전' 'SNL코리아' 등에서 김희애로 변신한 연기자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꼬집으며 "이거 특급 칭찬이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3. "당황하지 않고, 끝" - 개그맨 조윤호는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허세 건달로 분해 "당황하지 않고, 끝"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무림의 고수인양 굴지만 무술을 펼쳐 이긴 적은 없다. 8년의 무명시절을 견딘 조윤호는 이 한마디로 최정상 개그맨 반열에 올랐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통신사, 아웃도어, 남성의류, 어학원 등 광고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4. "건강 관리 잘해" - 2014년 상반기 최고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은 소시오패스 이재경으로 분했다. 대외적으로는 재벌 2세에 봉사활동까지 열심인 황태자이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냉정하게 죽여버리는 인물이다. 재경은 평소 부드러운 미소와 나긋나긋한 말투로 사람들을 대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 살기를 띠는 모습으로 "건강관리 잘해"라고 말하며 못반지를 돌려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