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전통주, 거리로 나서는 막걸리

2014-06-23 07:56

[사진=배상면주가 제공]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막걸리 열풍이 수그러들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주 업체들이 실적 만회를 위해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다.

단순한 유통 판매에서 벗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주점을 만들어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막걸리는 수입맥주, 보드카 등의 공습으로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소비량은 36만6470㎘로, 2011년(40만8248kℓ)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소비 부진의 여파로 서울탁주 계열사인 서울장수는 지난해 매출이 30.4% 급감했고, 국순당의 막걸리 매출은 2012년 610억원에서 지난해 361억원으로 40.8% 줄었다. 영업이익은 올 1분기 5억원 적자 전환했다.

일본 등 해외에서의 막걸리 인기가 수그러들어 CJ제일제당 등은 해외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중소 전통주 업체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펍’ 운영이 확대되고 있다. 감소되는 막걸리 소비량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배상면주가는 지난 2010년 양조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양재동 본사 1층에 테이크아웃중심의 도시형 미니 양조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레스토랑과 접목시켜 ‘느린마을양조장&술펍’으로 탈바꿈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서울 강남역 2호점 또한 매월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매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청계천 인근에 3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매장 안에 설치된 양조시설에서 술 빚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며, 막걸리 맛을 해치는 별도의 운송과정이 필요 없어 신선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역과 가로수길에 운영 중인 ‘셰막’은 충남 당진에 있는 신평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막걸리 전문점으로, 2009년 신평양조장의 백련 막걸리가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돼 막걸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10여 종의 프리미엄 전통주 메뉴와 인당수, 러브황진이와 같은 막걸리를 활용한 칵테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전남 함평 양조장 ‘자희자양’이 운영하고 있는 막걸리바 ‘자희향’(서울 덕수궁길)도 서울에서 신선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술 이름이기도 한 자희향은 전라남도 함평단호박향토사업단이 육성하는 전통주다.

올해 초 삼성그룹 신년 만찬주로 유명세를 타면서 2014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급 막걸리로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막걸리바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져 내외국인의 방문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홍대·이태원 등에 운영 중인 유기농 막걸리 전문점 ‘월향’도 매출 확대에 힘입어 조만간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통주업계 관계자는 “수그러드는 막걸리 열풍에 전통주 업체들의 마케팅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최근 막걸리 전문점들의 활황이 전통술 문화의 저변 확대와 ‘제2의 막걸리 붐’을 조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