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중기 적합업종 논란
2014-06-08 11:47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다시 한번 산업계의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오는 9월 30일 14개 품목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82개 품목에 대한 재합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적합업종 선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8월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재합의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합업종제도는 지난 2006년 고유업종 제도의 폐지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악화로 사업영역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11년 9월부터 총 6차례에 걸쳐 85개의 제조업과 15개의 서비스업 등 총 100개 품목이 지정됐다.
이 가운데 순대, 장류, 막걸리, 세탁비누, 아스콘 등 14개 품목이 9월 30일로 지정이 만료된다. 시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재지정 관련 당위성과 합의과정 등을 두고 관련업체 간 입장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시행으로 시장 참여가 제한된 기업들은 제도의 맹점에 대해 지적한다.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기 보다는 시장 전체의 하향 평준화와 외국계 기업 등 제3자가 수혜를 입는 기형적 현상 등만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제도 자체의 낮은 만족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실제 동반위가 올초 1715개 중소기업과 13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품목에 대한 중소기업의 지정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56점 수준이었다. 특히 매출증대와 수익증대 관련 만족도는 각각 2점대에 머물렀다.
반면 적합업종 중소기업단체의 95.5%는 지정기간 종료 후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즉각적인 매출증대 효과나 제재조치 미흡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기업의 확장자제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과 동반위를 통한 실효성 확대도 기대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합의 방안에 대한 방법과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다.
지난 5일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재합의 기준과 효용성 등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며 "적합업종 해제 관련 논의가 아닌 강화를 통해 더욱 힘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도 "일부에서는 적합업종제도가 반시장경제적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시장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적합업종제도는 동반도 성장도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며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적합업종 제도로 업체당 생산성 감소와 국제경쟁력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재지정 및 재합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8월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신경전'이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소기업계와 시장논리 및 제도 자체를 하나의 규제로서 등록, 관리해야 한다는 대기업의 입장차가 워낙 첨예해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