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자금 함부로 못써"…조합 예산·회계규정 제정
2014-06-18 14:19
현금사용 금지·예산계획서 작성 등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이 자금을 함부로 빌려주는 등 조합자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다.
서울시는 조합의 자금운영·집행·계약·회계결산 방법을 담은 ‘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회계규정’을 제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도 조합과 마찬가지로 의무적으로 사업자로 등록하고 법인통장과 법인카드를 통해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현금을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간이영수증을 남발하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취지이다.
또 추진위나 조합이 매년 편성하는 연도별 예산편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과다 지출을 막고 예산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했다. 그동안 상세기준에 대한 명시규정이 없어 일부 조합에서는 예산편성도 없이 임의로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산편성 시기는 회계연도 시작일 부터 3월 이내 마치도록 명시했다. 기준이 부재했던 지출예산항목 또한 사용목적별로 관(운영비)·항(인건비)·목(급여·상여·퇴직금 등)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현금사용은 금지된다. 경조사비 등 부득이하게 현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자금 집행은 계좌이체나 카드 사용 등 금융기관을 통해야 한다.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가족이나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도 금지되고, 휴일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조합장과 추진위원장은 사업을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주민총회의 결의가 없으면 자금을 개인에게 이체·대여·가지급 할 수 없다.
모든 용역계약은 국가계약법을 준용해 일반경쟁입찰을 먼저 검토하고, 수의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3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반드시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계약금은 용역 착수 이전에 지급하지 못하도록 해 이권이 개입하는 것을 방지한다.
조합장의 업무추진비는 월정액으로 지급할 수 없게 된다. 대신 법인카드로 지출하거나 개인카드를 사용한 후 금액만큼 돌려주는 실비정산방식이 도입된다. 그동안은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이 없어 업무와 무관하게 지출되는 사례가 많았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클린업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조합장들은 매 분기 말 총수입과 사업·운영비 지출, 잔액과 차입금 증감 내역 등 모든 자금집행 내역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시는 이 규정을 시보에 고시하고 해설서 형식으로 제작해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조합 등 459곳에 보급할 계획이다.
시는 이 규정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요청했다. 현재까지는 행정권고 수준이지만 향후 조례로 위임할 경우 강제성을 갖게 된다.
시는 이번에 만든 표준규정이 불필요한 비용과 지출요인을 방지하고 사업비 절감으로 이어져 주민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이 규정을 근거로 추진위나 조합을 통제할 수 있고, 다른 추진위·조합과 비교가 가능해져 자금사용 평가기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규정은 정비사업 조합 운영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규정이 실행되면 공정한 회계업무가 이뤄져 주민의 부담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