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규제완화 어디까지...'판도라의 상자' 끝내 열린다
2014-06-17 17:04
아주경제 김부원·권경렬 기자 = 내수 진작이 시급한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결국 '판도라의 상자'에 손을 대기로 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보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DTI·LTV 개선 효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데다 가계부채 심화, 자산건전성 악화 등 금융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관련부처 협의를 통한 DTI·LTV 규제완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DTI·LTV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침몰 등으로 내수 회복이 더욱 절실해진데다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부동산 경기부양 의지가 보태지면서 DTI·LTV 규제 완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2년 8월 'DTI 규제 보완방안'을 내놓은 바 있으며, 지난해 8월 보완방안을 1년간 연장했다. 보완방안의 핵심은 △일자리가 있는 40세 미만의 경우 장래(10년) 예상소득을 소득산정에 반영 △소득능력을 입증하기 어려운 은퇴자 등 자산보유자의 순자산을 일정 요건 하에 소득으로 인정 △금융소득 종합과세 비대상자의 금융소득을 근로·사업소득에 합산 △6억원 이상 주택구입용 대출에 대해서도 DTI 가산·감면항목 적용 등이다.
현재 정부는 이같은 DTI 규제 완화를 추가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년간 연평균 소득을 DTI 소득 산정에 반영하면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늘어난다. 다만 현재 소득은 낮더라도 미래소득을 고려해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혜택을 주는 등 수요자별 특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DTI·LTV를 완화해 돈줄이 풀리면 주택 구입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과연 향후 주택시장이 수요자들이 빚을 늘려서라도 집을 살 만큼 희망적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DTI·LTV를 풀어 주택경기를 '반짝' 회복시킬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내수경기 전반이 살아나지 않아 되레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결국 가계부채만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또다시 대량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부채)은 1021조3000억원으로, 1년새 57조5000억원이 늘며 처음으로 1000조원대를 넘어섰다.
정부는 이밖에 금융권별로 차이가 나는 대출 규제도 함께 정비할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달 신용협동조합을 비롯한 상호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 부동산 관련세제 역시 함께 손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방침이 제도개선을 거쳐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DTI·LTV에 손을 대는데 대해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경제분야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DTI·LTV는 부동산 규제의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건드리는 것은 주택시장은 물론 금융시장까지 왜곡시켜 가뜩이나 위태로운 서민경제를 더욱 추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