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탁상공론에 얼룩진 규제완화
2014-06-09 08:44
취임 1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가 던진 화두는 바로 ‘규제 완화’다. 대한민국 수장의 이같은 공언에 정부는 규제를 풀기 위해 여기저기서 개혁을 단행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심에 서서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규제 완화다.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창의적인 지역 개발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규제 완화 움직임은 뚜렷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권고 중인 모범거래기준 18개를 올해 3분기까지 폐지·정비하기로 했다.
모범거래기준 대부분이 지나치게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있어 없애겠다는 취지다.
모범거래기준 폐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상당히 후한 인심을 쓴 정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업계는 공정위 발표에 시큰둥한 표정이다. 사실상 규제 완화는 없다는 게 이들의 한 목소리다.
거리 제한 규제가 풀려도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업과 외식업 등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빵업체 관계자는 “모범거래기준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상당수 기업들이 가맹점주와 영업지역을 설정해 자체적으로 거리 제한을 두고 있었다”며 “때문에 모범거래기준은 기업들에게 별다른 규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하는 중기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일반 자영업자들과의 거리 제한이 생겨 사실상 신규출점이 막히게 됐다”며 “이번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 폐지는 기업들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치킨전문점 등과도 연관있는 인테리어 지원비 폐지와 관련해서는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가맹거래법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치킨전문점 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외친 정부가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한다고 해서 기뻐했다”며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바뀐 것은 하나도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가 그동안 기업을 옥죈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2년 공정위가 모범거래기준을 적용한 이후 해당 업종은 점포 증가율이 정체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이후 매년 10~30% 가량의 점포 확장률을 보여온 기업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점포 확장이 정체됐다. 정부의 이중규제가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불황에 사업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가 기업들을 더욱 낭떠러지도 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게나마 정부는 규제완화를 하겠다며 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책상에만 앉아 현장을 들여다보는 규제완화는 오히려 기업들을 더욱 옥죌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공언에 밀려 입으로만 규제완화를 외쳐대는 정부의 탁상공론에 기업들만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행정에 업계가 속만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