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람 잘 날 없는 보건ㆍ의료계
2014-03-30 21:17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이 의료총파업 돌입 여부에 대한 회원 투표 결과 전체 투표 회원의 62.16%가 2차 의정 합의를 수용해 집단휴진 유보를 택했다.
파국으로 치달을 뻔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부와 의협이 타협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어찌됐든 집단 휴진이 철회된 것에 환자와 그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를 지켜본 국민은 정부와 의협의 공식 발표처럼 양측이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제도를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한 간절한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선(先)입법 후(後)시범사업을 내세운 정부 원안 그대로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의협이 주장하고 있는 의ㆍ정 합의 번복에 대해 “합의를 위반하거나 약속을 번복한 사실이 없으며 합의 결과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 번 꼬인 실타래를 풀기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정 합의대로 4월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조속한 시범사업 허용을 위해 의협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 정부 내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어 원안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정부가 원격진료 관련해 원안인 2차 의·정 합의에서 약속한 선시범사업 후입법화에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며 이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엄연한 약속 불이행으로 규정했다.
일단락된 듯 보였던 의료계 파업이 재추진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는 내분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애초에 2차 의정 합의를 두고 보건의료단체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후에도 대한약사회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하려면, 성분명처방을 실시하라고 의협을 압박했다. 처방조제약 택배배송의 문제점 지적에 의협은 본질적인 원격의료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주머니를 챙기는 반대급부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수용하면서 부당함이 확인된 처방조제약 택배배송을 끌어들이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의정 협의 결과가 발표되자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시민사회단체와 소비자단체도 일제히 의협과 정부를 비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참여연대는 ‘밀실야합ㆍ반사회적 합의ㆍ월권행위 등’ 과격한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의협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환자단체는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해야지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환자를 인질로 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리 명분이 타당해도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소송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에 들어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사안이든 명분이 우선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