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에너지 동맹 구축

2014-05-22 10:44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은 21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연간 가스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최대 연간 380억㎥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한다. 공급 기간은 30년, 총액 4000억 달러다. 또 가스전 개발 등에 소요되는 총비용은 약 750억 달러로 중국은 최대 250억 달러의 가스사용료를 선불로 지급해 자금 면에서도 러시아를 지원하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 간에 약 10년에 걸친 가격 협상에 종지부를 찍고, 협조를 강화하기로 한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협력관계가 한층 더 강화됐다. 또 이번 계약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 계약 조인식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도 참석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장관은 천연가스 공급 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각서에도 서명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21일 CNPC와의 가스 공급 계약에 대해 “가스프롬에 있어서 최대의 계약”이라고 표명했다. 중국에 수출될 천연가스는 동시베리아 지역의 대규모 가스전에서 생산하고 새로 설치할 파이프라인으로 중국 북동지역까지 수송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조인식이 끝난 후 “중국의 서쪽 루트를 통한 가스 공급도 협의하겠다”고 새로운 계획을 밝혀 이번에 합의한 동부 파이프라인 뿐 아니라 몽골을 끼고 서쪽으로도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만약 서쪽 파이프라인 루트의 건설이 실현되면 천연가스 수출량은 600억㎥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중국에 가스 공급을 시작하는 것은 4년~6년 후가 된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지난 20일 러시아 민영 에너지기업 노바테크가 연간 300만톤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의 LNG개발과 유전개발에 중국기업이 참여할 계획도 있어 에너지 안보측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의존도는 더욱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계획은 2003년에 처음 논의가 시작됐으나 가격 교섭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번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수출 가격 인하에 해당되는 세금우대를 적용하는 방침을 전하면서 교섭은 21일에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의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 유럽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국제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피하려는 서로의 전략이 맞아 떨어져 10년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계약도 성사시킬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이 저렴한 셰일 가스 개발에 성공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러시아에게 있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유럽에 수출해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가 악화돼 EU는 중장기적으로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입을 줄여나갈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천연가스 수출 계약 합의는 자원대국 러시아와 최대 에너지 소비국가인 중국의 상호 의존은 더욱 높이고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출의 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신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