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판세분석③] 여권 실세 vs 야권 잠룡…인천시장, 정권심판론 通하나

2014-05-20 17:41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여야, ‘빅3’ 전패 우려감에 총력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서울·경기와 더불어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인 지역이다. 여야는 수도권 ‘빅3’ 전패를 막기 위해 유권자 231만9670명의 인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에는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재선에 도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맞붙는다.

특히 9월 19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인천은 여권의 경선 과정 내내 불거졌던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의 실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지역으로 꼽힌다.

당초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의 지지율 답보로 유 후보가 안전행정부 장관직을 돌연 사퇴 후 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분류됐지만, 결국 이 의원이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선거 관계자들 사이에선 ‘박심’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정설로 인식돼왔다.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당 지도부가 ‘삼고초려’ 끝에 현직 장관을 ‘차출’한 만큼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승부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심’을 업고 출마한 유 후보의 당락에 따라 정권심판론의 파괴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유정복-송영길, ‘부채(負債)도시’ 탈출…“내가 적임자”

서울과 경기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천시장 판도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당초 박빙 흐름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송 후보의 ‘백중우세’로 흐름이 바뀌었다.

20일 매일경제와 MBN에 따르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지난 17일 인천지역 만 19세 이상 5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4.1%포인트)에서 송 후보 46.7%, 유 후보 42.0%를 각각 기록했다. 양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4.7% 포인트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일 인천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도 송 후보는 46.5%로 34.4%에 그친 유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지난달 12일 세월호 참사 이전 같은 조사에서는 격차가 불과 1.8%포인트(송영길 43.8%, 유정복 42.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인물론과 각 당의 지지층 결집을 승부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유 후보의 하락세도 송 후보의 단순 지지율 상승이라기 보단 유 후보에 대한 여권 지지층 이탈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서울에 이어 둘째로 많은 13조원에 달하는 재정난 회복이 최대 관심사다.

유 후보는 ‘힘 있는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집권여당 핵심 실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끌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세월호 참사 직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는 이른바 ‘세월호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송 후보는 인천아시안게임 유치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유치에 이어 성공적인 개최까지 책임지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전 비서실장의 5억원 뇌물 수수 혐의로 비리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 센터장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부채 논란, 송도 개발, 아시안게임 등 인천은 수도권이지만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많은 편”이라며 “이런 현안을 힘 있는 대통령 측근(유정복)이 수행하느냐, 지속적인 안정성 차원에서 직전 시장(송영길)이 주도하느냐를 두고 유권자들의 판단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당선되면…劉, 최초의 인천출신 시장 vs 宋, 역대 시장 연임 기록 행진

두 후보는 대학교(연세대) 동문이라는 사실 외에는 살아온 인생과 정치적 성장과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후보는 정통 관료와 민선 자치단체장(김포 군수·시장), 3선 국회의원, 장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반면, 송 후보는 386 운동권 출신으로 노동운동과 인권변호사 등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유 후보는 지역구는 경기도 김포였지만, 인천 출생으로 1995년 관선 인천 서구청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2006년 비서실장을 지냈고, 친박계가 중심이 된 당내 의원모임 ‘선진사회포럼’을 주도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1984년 연세대 초대 직선 학생회장에 뽑힌 송 후보는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이후 인천에서 건설 현장, 가구공장, 택시회사 등을 전전하며 노동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 인천 계양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내리 3선을 했고 2007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사무총장을 지냈다.

고등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온 유 후보가 당선되면 최초의 ‘인천출신 시장’이 배출된다.

반대로 송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천은 6번의 지방선거에서 역대 인천시장 3명이 모두 연임에 성공하는 진기록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