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판세분석] 안철수 4일 '등판' 선언…서울시장 판세 '요동'

2018-04-01 16:13
박영선·우상호 '협공'…박원순 '무대응 전략'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지사와 '단일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안 위원장이 이번 주 등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소위 '박원순 대세론'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이 7년 전 서울시장 후보 야권단일화 당시 '통 큰 양보'를 내세워 공세를 펼치면 박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발주자인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안 위원장의 대항마는 자신이라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 박영선·우상호 '협공'에도…박원순 '무대응 전략'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흥행할 거란 예상과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우상호 의원의 3파전으로 일찌감치 압축되면서 '조용한 경선'으로 흘러갔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이 연일 정책공약을 쏟아내며 경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박 시장이 정면대응하지 않고 '로키(low key)'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쉴 새 없이 정책 공약 시리즈를 발표하며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세먼지나 결선투표 이슈를 두고 '박원순 견제'에 힘을 모았다. 그러나 미투 운동, 개헌,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들이 연일 터지면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지율 격차도 뚜렷한 변화가 없는 모양새다.
 
두 의원은 1일도 침묵하는 '박 시장 때리기'에 집중했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교통 정책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을 '대세론에 안주하는 후보'로 규정하고, "과거에 무쟁점 전략으로 간 후보들이 선거 후반에 가서 곤혹스러운 일을 치르는 경우를 봤다. 잊혀진 후보의 대세론은 대세론이 아니다. 일정 시점이 지나 위험해지면 만회하기 어렵다는 충고를 (박 시장에게) 하고 싶다. 상당히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도 박 시장의 '로키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이날 '시민 대변인제'를 소개하는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지난달 31일 박 시장과 조우를 언급하며 "대의원대회에서 만나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3번 제의했는데 왜 대답을 안 하냐고, 다시 한번 더 제의했다. 야당 후보가 결정되면 미세먼지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 할 텐데 우리가 앞서서 확실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은 여전히 시정에만 집중하며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경선 레이스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식적인 선거 행보를 극도로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최대한 늦게 서울시장 직무를 정지해 선거운동을 압축적으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 공백 최소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현역 시장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 시장 선거 때 자리 잡았던 종로구 안국빌딩에 캠프를 꾸리는 등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2일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면접에 참석해 '조용한 행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시민대변인제'로 시민 중심 서울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대항마는 바로 나" 요동치는 민주 경선
 
정치권은 안 위원장이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장 출마식을 가진다는 소식을 알리자 급변하는 선거판에 주목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에게 범야권 후보를 양보했고, 박 시장은 50%대에 달하던 안 위원장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하며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은 곧바로 '박 시장은 안 위원장에게 빚이 있다'며 안 위원장의 본선 상대로 박 시장보다는 자신들의 경쟁력이 우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원팀'을 강조하며 안 위원장 공격에 함께 가세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안 위원장 공격의 선봉장에 섰다. 우 의원은 최근 안 위원장과 공방을 언급하며 "예상보다 격한 반응을 보여서 안도현 시인의 시로 응수했다. 안 위원장과 아젠다를 가지고 경쟁하고 공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우상호가 적격"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거짓말로 국민의당을 바른정당에 갖다 바치고, 급기야 한국당과 연대까지 도대체 안 전 대표의 새 정치가 이런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안 위원장은 "그런 인지 능력이라면 더 큰 자리에 도전하는 것을 재고해보기 바란다"고 발끈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조용한 경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면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우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만난 최고위원들도 사적 견해지만 안 위원장의 등판으로 지방선거판이 바뀌고 있고, 당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데 수긍했다. 위협적인 후보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은 효과적인 결선투표 흥행카드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안 위원장을 향해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 이사를 하셨기 때문에 만약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다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를 좀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저는 2011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 팀장으로 안 위원장을 직접 상대한 사람이다. 여러 가지 위기상황이 있었는데 제가 단호하게 버텨서 안 위원장이 결국 포기했다. 경험이 있기에 안 위원장에 대해 제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자신이 안 위원장의 경쟁자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에도 "처음에 경선 후보가 6명일 때 컷오프를 통해 2~3인으로 하겠다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결선투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도전자인 박원순(왼쪽) 현 서울시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 한국당 김문수 전 지사와 '단일화'?…야권연대 주목

단순한 진영싸움에서 벗어나 다른 구도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인물난'을 겪는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해지면서, 3파전 구도가 강화될지 범여권 대 범야권 구도인 '1대1 구도'가 공고화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력 후보 3명이 대결을 벌인 것은 23년 전인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처음인 만큼 3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선거판도 예측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수와 진보의 양강 대결에 익숙한 서울시민에게 '3파전'은 낯선 대결이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 출마가 성사될 경우,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한국당의 약세 지역인 경기 부천 지역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데다가 대권을 꿈꾸고 있어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초반에 3파전으로 가더라도 본선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 연대'가 이뤄진다면 또다른 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보수연대'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한국당과 연대론' 메시지가 파장이 컸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위원장과 국민의당 출신들은 일단 즉각 반발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인재영입 발표 후 기자들에게 "자유한국당은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라며 야권 연대론에 선을 그었다. 사실상 자신이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안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판을 뒤집기 위해 메시지 준비에 한창이다. 안 위원장은 출사표에 거대 기득권 양당과 차별화하는 메시지와 정책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양당이 지난 20여 년간 운영해 온 서울시정의 틀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서울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안 위원장 측은 출마 선언 즉히 캠프를 가동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의 측근들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안 위원장의 출마 준비를 돕고 있으며 이미 캠프 사무실도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물색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문수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