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미래다 10] 웹툰 작가 하일권 “목욕의 신 ‘허세’? 목욕탕서 탄생”
2014-05-07 11:04
일상서 다양한 소재 찾아…‘목욕의 신’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 웹툰이 대표적인 온라인·모바일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작품 소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학원물이나 애완동물이 등장한 작품부터 일기 형식까지 선보이면서 독자들의 선택의 폭도 함께 넓어졌다.
다양한 소재의 웹툰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보다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작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많은 작품이 등장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참신한 소재를 찾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주목받고 있는 이가 하일권(32) 작가이다. 하 작가는 대표작 ‘목욕의 신’을 비롯해 △삼봉이발소 △안나라수마나라 △3단 합체 김창남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톡톡 튀는 소재를 선보였다. 최근 하 작가를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그의 대표작인 목욕의 신은 주인공 허세가 우연히 금자탕이라는 목욕탕에 세신사(때밀이)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허세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그 나이대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취업, 인생의 목표 등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이 작품은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아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하 작가는 목욕의 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작품의 소재도 일상생활 속에서 찾는 편이다. 연재와 다음 작품 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소재를 찾기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없어 생활 속에서 작은 것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만화로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자세로 대하게 됐다. ‘독특함’과 함께 그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것이 학생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 ‘3단 합체 김창남’ 등 그의 작품 다수에는 학생이 등장한다. 학생이 작품의 중심에 나오는 이유는 보다 역동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 시기가 감정의 기복이 크고 생각의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보니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진 인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의 주 독자층이 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이다 보니 그들과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유료화 움직임도 조금씩 진행 중이다. 하 작가와 같은 창작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줘 더욱 좋은 콘텐츠가 나와 관련 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다. 오랜 시간 무료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도 조금씩 유료화에 적응하고 있다. 작가의 땀과 노력이 깃든 작품을 읽는데 있어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 작가는 무료로 제공된 것이 웹툰 성장에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가치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웹툰 플랫폼 역할을 하는 업체들도 완결작만 유료로 제공하는 등 조심스럽게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방과 후 전쟁활동을 완결한 하 작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전작인 방과 후 전쟁활동이 학생들이 군인이 된다는 콘셉트의 다소 무겁고 심각한 내용이다 보니 차기작은 밝고 유쾌한 내용의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연재 기간이 아닌 준비 기간에도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동안 미뤘던 단행본이나 외주 작업을 진행하며 차기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림책 작업도 시작했다. 그림이 위주가 된 동화이지만 성인도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의 대표작들은 연극이나 영화로도 재탄생할 예정이다. 목욕의 신을 비롯해 안나라수마나라, 두근두근 두근거려, 3단 합체 김창남은 영화로, 삼봉이발소는 연극으로 만들어질 계약이 맺어진 상태다. 특히 목욕의 신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배우 캐스팅도 준비 중이다. 올해 중으로는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아직 30대 초반인 그이지만 어느덧 웹툰 작가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게 됐다. 네이버와 다음을 중심으로 웹툰이 큰 관심을 받으며 특히 젊은 작가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하 작가와 같은 기존의 작가들은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보니 사랑을 받을 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의 최종 목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하 작가는 “‘다음 작품 연재 안 시켜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은 늘 있다”며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