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미래다 4] 무협소설 쓰는 변호사 강정규씨 “콘텐츠 창작? 평생 가져가는 업”
2014-02-27 06:02
EBS서 저작권 업무보며 주말에는 작가 변신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날의 뉴스나 웹툰을 읽거나 메신저를 통해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그중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틈 날 때 마다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독서를 즐기는 것이다. 전자책을 소비하는 이들이 늘다보니 모바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증가했다. 프로 작가가 아니더라도 전자책 플랫폼이나 콘텐츠 마켓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의 법무부에서 저작권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강정규(31)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저작권 관리를 담당하는 EBS의 직원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쓴다. 무협소설을 쓰는 변호사? 어딘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조합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EBS본사 인근의 커피숍에서 그를 만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 활동을 비롯한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은 평생 할 수 있는 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업은 아니지만 일생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죠”
북팔과의 인연은 장르소설을 연재하고 싶은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북팔의 김형석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며 여행 콘텐츠 등을 제작하려고 할 때 그는 소설도 연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김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북팔에서의 소설 연재는 시작됐다.
북팔은 네이버나 다음의 웹툰 서비스처럼 요일 별 연재를 도입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추천을 통해 쿠폰을 받거나 구입하면 작품을 읽을 수 있는 부분 유료 시스템도 도입했다. 창작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강 변호사는 전자책은 종이책의 콘텐츠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종이책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그 정도의 인내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자책이든 웹툰이든 짧은 호흡으로 빨리 읽고 싶어 하는 독자가 유입된다. 전자책이 종이책과 다른 콘셉트와 길이로 제작돼야 하는 이유다.
강 변호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 작품 활동을 하며 무협 소설은 역사 속에서, 판타지는 현대의 현상에서 소재를 찾는다. 예를 들면 특정 이론과 고대 신화를 접목하고 현대의 현상을 섞는, 말 그대로 판타지 장르다. 원래 한 권의 장르소설을 종이책으로 만들기에 약 한 달이 걸렸지만 모바일 전자책은 분량이 확 줄어 한 달에 종이책 3분의 1정도의 분량을 소화한다.
그는 전자책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양에서는 책이 두루마기 형식으로 나오다가 편철을 하면서 지금의 종이책의 형태가 나왔듯이 책은 정보를 전하는 매개체일 뿐 그 형식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현상도 그 일환으로 보면 된다는 의미다. 전자책도 하나의 정보 전달의 매개체일 뿐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더 많은 콘텐츠 창작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커리큘럼을 갖춘 교육 과정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콘텐츠 창작은 아직 생업으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로 애로 사항이 있다”며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평생을 두고 즐겁게 하는 일로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