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미래다 5] 홍승표 웹툰 작가 “악플게임? 다양한 생각을 만나는 곳”

2014-03-06 06:00

홍승표 웹툰 작가 (사진=박현준 기자)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온라인은 자기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자신의 이름과 다른 이름 뒤에서 평소에 꺼내지 못한 속마음을 내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진실한 공간이지만 특정 대상을 공격할 수도 있는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그 사람과 대면한다면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꺼낼 수 있다 보니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공간의 생각들을 게임의 소재로 삼아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웹툰이 ‘악플게임’이다. 악플게임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댓글로 대결을 펼치며 일어나는 일들을 웹툰으로 풀어냈다. 악플게임에도 악성 댓글이 달린다. 이 또한 다양한 생각 중 하나다. 악플게임을 그린 홍승표 작가(32, 필명 미티)를 최근 부천 송내역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악플게임에는 세상의 모든 의견을 널브러뜨려 놓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의견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죠. 세상에 절대 악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악플게임의 연재를 마친 홍 작가는 작품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표현했다. 작품 속 어떤 등장인물은 악플러를 옹호하기도 한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용자는 지탄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나와야 의견간 균형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악플게임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다양한 생각들이 등장해야 서로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신념으로 작품을 연재하며 회당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얻었지만 악플도 있었다. 웹툰에 일반적인 사건을 넣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특정 인물을 비난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처럼 악플게임은 인기 작품이었지만 작가에게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했다. 악플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 전반적으로 작품의 내용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악플이나 비난도 관심의 표현이다. 악플러들에게조차 인정받는 작품을 연재하고 싶어 하는 그에게 그러한 댓글은 오히려 열정을 일깨우는 역할도 한다.


 

홍승표 웹툰 작가 (사진=박현준 기자)



홍 작가는 최근 특정 브랜드의 홍보 웹툰 최초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화케미칼에서 그에게 의뢰한 홍보 웹툰이다.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콘텐츠를 갖추고 이야기를 엮어가다 보니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시즌2까지 이어졌다. 공중파 TV 광고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홍보도 있지만 이처럼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 수단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원고료가 주 수입원이었던 웹툰 작가들에게 또 다른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 수입원으로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 그는 일단 소비자가 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가 편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면 계속 지불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월 정액제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대가를 지불하면 더 쉽고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 작가이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악플게임을 연재한 네이버 웹툰은 그러한 환경을 제공했다는 그의 평가다. 작품 전개에 있어 정말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부분만 지적할 뿐 작가에게 최대한 창작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 웹툰에서 악플게임을 연재하고 네이트에서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선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결혼 3년째를 맞이한 그는 작품 활동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일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악플게임의 연재를 마치면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 연재를 마쳤던 ‘고삼이 집나갔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한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단계로 감독도 정해져 올해 겨울 개봉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그는 ‘콘텐츠를 만드는 꾼’이 꿈이다. 홍 작가는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며 “내 작품을 봐주는 분들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