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계약직 2000명 정규직 전환 차일피일

2014-04-27 08:14
전환 4개월째 지연…전환 방식 두고 갈등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외환은행 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노사 갈등으로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당초 지난 1월 이뤄질 예정이었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6급 행원 전환이 넉달째 지연되고 있다.

외환은행 내 무기계약직 직원은 영업점 및 본점 '로즈텔러'와 별정직원 등 약 2000명 규모로 6급 행원으로 전원 전환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노사는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6급 행원 전환 뿐만 아니라 상위직급 승진을 시행키로 합의했다.

외환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별도 직군이나 직급을 신설하거나 기존 직군을 세분화하고 있는 타 은행들과 달리 기존 직군에 고스란히 편입하는 방식이어서 은행권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계약직 4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국민은행의 경우 L1~L4로 나눠진 기존 직급 체계에 L0 직급을 신설해 계약직 직원을 편입시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콜센터 직원 및 텔러 등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인 리테일서비스(RS)직으로 전환했다. RS직은 신한은행이 2012년 직급 체계를 변경하면서 신설한 직군으로 일반 공채 출신 일반직군과 구분된다.

외환은행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별도 직군이나 직급 신설 없이 6급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측이 6급을 3단계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갈등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노조 관계자는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하고 지난 1월 전환하려 했으나 사측이 새롭게 들고나온 방안 때문에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며 "6급을 3단계로 나누는 방안 뿐만 아니라 추가 사항들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측이 이 같은 방안을 새롭게 제시한 것은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200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신입행원 2000명을 새로 채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데다 전환으로 인한 임금 증가, 퇴직금 정산 등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00명이 일시에 한 직급에 몰려 향후 인력 문제에 대한 사측의 우려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지연은 외환은행 뿐만 아니라 노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측은 노조로부터 당초 합의를 어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노조 입장에서도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제시한 핵심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노조측은 정규직 전환에 대해 시기의 문제일 뿐 합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곧장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전환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노사 세부사항 합의를 통한 전환 시기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