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깊은 침묵' 깔린 진도…주민들 "제발 기적을"

2014-04-21 16:31

아주경제(진도) 김동욱 기자 = 21일 여객선 침몰사고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전남 진도군 진도읍 시내는 탄식과 한숨만이 가득했다.

겨우 1만명 남짓한 조그만 농촌지역인 진도의 읍내 도심이라는 곳도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을 곳곳에 내걸린 각종 행사 플래카드도 진도군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두 떼어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주할 것 같았던 입지자들의 선거사무소도 개점휴업 상태다.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진도군청과 유가족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공설체육관만 공무원과 취재진만 분주하게 오갈 뿐이다.

평소 50∼60명 정도는 찾았다는 군청 민원실도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제발 돌아오길" 21일 오전 팽목항에서 한 스님이 바다를 보며 불경을 외우고 있다.


'보배의 섬'(珍島)으로 불리는 곳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난 데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외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강모(67)씨는 "모든 행사를 취소한 채 주민들은 조용히 TV 등을 통해 상황만 바라보며 숨죽이고 있는 상태"라며 "세월호 여객선 참사 이후 마을은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읍내 전통시장 상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탄식을 쏟아냈다.

발길이 뚝 끊어진 가게를 비워 둘수만은 없어 나왔지만 주민들의 마음은 온통 섬 끝자락에 있는 사고현장에 가 있다.

평소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진도읍 버스터미널은 주민보다 외지인으로 붐볐다. 밀려드는 자원봉사자의 발길 때문이다.

터미널에서 만난 김병중(46.교수)씨는 "중국에서 서울 출장을 왔다가 비극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를 위해 발길을 돌렸다"며 "해외 매체에 정확한 상황을 알릴 통역을 해야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역의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기적의 생존 소식을 기원하는 희망의 마음은 진도로 모아지고 있다.

진도지역 택배 회사에는 전국에서 보낸 수많은 후원물품이 속속 전달되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택배 직원 김모(37)씨는 "지난 주말에는 실종자 가족을 위한 후원물품이 평소보다 2배가 넘는 300여개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진도 지역주민은 물론 전남과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합세해 구조의 손길에 도움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