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드라마 열전①] 막장이냐 힐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3-12-16 11:26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2013년 한 해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KBS2 '내 딸 서영이'를 시작으로 각종 신드롬을 낳았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주군의 태양', KBS2 '굿 닥터'까지, 시청자들은 다양한 볼거리 덕분에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2013년도 드라마의 키워드는 두 갈래로 나뉜다. '막장'과 '힐링'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륜이라든지 출생의 비밀, 혹은 하루에 한 명씩 죽는 개연성 없는 전개의 막장 드라마는 여전히 인기였다. 또 따뜻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훈훈한 이야기를 그리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 심장을 치유해 준 일명 힐링 드라마도 대세였다.
 

'오로라 공주', '기황후', '왕가네 식구들' [사진제공=MBC, KBS]

◇ 욕하면서 본다… 막장 드라마

'막장'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중 '최고'는 단연 MBC '오로라 공주'다. '사망'을 이유로 한 12명의 출연진 하차, 이해되지 않는 오로라(전소민)의 남편 바꾸기 등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양산했다. 각종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임성한 작가의 횡포설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욕하면서도 본다'고 했던가.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은 논란의 파장과 맞먹는다. 최고 시청률 19.5%를 기록하면서 종영까지 20% 고지 돌파를 앞둔 '오로라 공주'는 광고까지 완판 하며 막장 드라마의 위엄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임성한 작가의 차기작 계약 완료 소식은 임성한 작가 표 막장 드라마의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한 고려 여인 기승냥의 사랑과 투쟁을 다룬 MBC '기황후' 역시 막장의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역사 속에서 갖은 횡포와 악행을 일삼았던 여인 기황후를 낯선 이국의 황실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며 운명적 사랑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한 여인으로 묘사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하지원과 주진모를 필두로 한 지창욱, 백진희의 호연 덕분인지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은 이제 더이상 화두가 아닌 게 됐다.

주말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BS2 '왕가네 식구들' 역시 막장 논란에 휩싸였지만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비현실적 설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막장 드라마 계보를 잇고 있지만 40% 돌파 고지를 눈앞에 두었기 때문이다. 일명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직장의 실', '굿닥터'[사진제공=SBS, KBS]

◇ 훈훈하게 물들인다… 힐링 드라마

막장 드라마와는 반대로 '힐링 드라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드라마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탄탄한 시놉시스와 대본, 훈훈한 분위기의 영상미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으며 2013년 안방극장을 장식했다.

먼저 "내가 회사를 원할 때 출근한다"고 외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 미스김의 이야기를 그린 KBS2 '직장의 신'은 대한민국 90% 직장인의 지지를 받으며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9시 칼출근과 6시 칼퇴근이 가능한 '슈퍼 을' 계약직 여사원 미스김의 모습에 열광했고, 답답한 직장 생활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대사에 공감했다.

'직장의 신'의 뒤를 이은 힐링 드라마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때문에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박수하(이종석)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의리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국선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만했다.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천재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KBS2 '굿닥터'는 2013년 최고 힐링 드라마로 꼽혔다. 국가고시에서 불합격을 통보받고 좌절했던 박시온(주원)이 상부의 결정에 따라 다시 합격하고, '진짜'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굿 닥터'는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장애인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신체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등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편견의 벽을 허물었다.

주원은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구부정한 허리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안면, 독특한 말투 등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날것의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