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말고 저사람 먼저 구하세요…"
2013-11-08 16:10
故 김윤호 해수부 과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故 김윤호 해양수산부 항만투자협력과장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 "나말고 저사람 먼저 구하세요…."
이는 얼마전 현지 출장 중에 물에 빠져 죽음의 공포를 눈 앞에 두고도 자신의 동료를 먼저 구하기 위해 희생한 고(故) 김윤호 해양수산부 과장의 마지막 말이다.
8일 해양수산부·주페루대사관에 따르면 고 김윤호 과장은 지난달 20~31일 중남미 항만개발 협력강화를 위해 페루·과테말라를 방문해 항만개발 타당성조사 최종보고회, 고위급면담, 현지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이곳의 지형조사를 위해 대표단은 로렌토주 마야나스시 벨렌읍 신치쿠이 마을에서 약1km 포장도로를 지나 숲길 200여m를 걸어 야나야쿠 지천에 도착, 우회육로가 없어 부득이하게 현지 주민이 이용하는 2인용 작은배로 이동해야했다. 야나야쿠 지천은 수심 약 3m, 폭 20~30m 정도로 평균 유속이 초당 2m정도의 물살이 흐르는 소하천으로 알려졌다.
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대표단은 2인승 소형보트로 갈아탔다. 이과정에서 김 과장은 동승자의 안전을 우려해 본인이 먼저 승선하고 최철환 '혜인이엔씨(용역사)' 이사를 두번째로 승선하게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김 과장은 현지가이드가 구조할 때 "나말고 저사람 먼저 구해달라"고 외쳤다고 현지인들은 설명했다.
수영에 능숙한 현지가이드는 최 이사를 먼저 구조한 후, 김 과장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이미 수면아래로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우여곡절 속에 김 과장을 찾아 출장자와 인근을 지나던 관광객 중 의사 2명의 도움으로 30여분 간 인공호흡 및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숨졌다.
김 과장은 반군출몰지, 말라리아 모기떼 기습, 테러 등 해외항만협력사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조국을 위해 현지출장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4월 항만투자협력과장으로 부임한 후 여행자제국가 이상의 위험국가로 분류된 미얀마, 적도기니, 알제리, 리비아, 페루 등으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무를 수행했다"며 "리비아의 경우 현지 군인 및 경찰이 없어 민간인의 총기난사, 외국인 납치테러 등이 빈번하고 트리폴리항은 군대가 점령하고 있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 국가임에도 9월말에 현지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출장지인 페루도 9월말 리비아 출장 이후 3주밖에 경과되지 않아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며 "이상황에서 김 과장은 외교적 협의가 사전에 이뤄졌고 현지 정부의 요청 등을 감안해 페루와의 성공적인 협력사업 추진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출장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순직한 김윤호 과장의 영결식은 11일 오전 7시에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영결식 후 충남 보령의 고 김윤호 과장 고향 집에서 노제를 하고, 같은 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한번 노제를 치를 예정이다.
고인은 1994년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항만물류과장, 국토해양부 해양보전과장, 국토해양부 장관비서관 등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권인숙 씨(42세)와 초등학생 4, 5학년인 딸과 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