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치킨게임' 본격화…수익성 악화에 경쟁 이탈자 속출
2013-08-05 06:41
삼성·애플·LG 우위 속 中 업체 약진 예상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지만 점유율 유지를 위한 투자 확대와 신제품 출시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경쟁에서 이탈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시장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와 애플, 자금력을 갖춘 LG전자,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 업체 등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난립으로 가격인하 경쟁까지 벌어져 결국 시장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패턴이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의 진행과정과 유사하다.
과거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양분했던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뒤 품질과 마케팅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일본의 자존심인 소니는 올해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Z'를 출시했지만 지난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4%대에 머물고 있다. 하반기 전략제품으로 내세운 '엑스페리아i1'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대만 업체인 HTC의 부진은 쇼크 수준이다. HTC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29% 감소할 것이라는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회사 스스로 최근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마케팅 자원을 집중 투자한 '원(ONE)'의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반면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했던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대전에서도 승자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31.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내 인기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반전 스토리의 주인공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인 12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처음으로 5%대 점유율에 진입했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 및 마케팅 강화를 위한 자원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은 결과다. 야심차게 준비한 'G2' 출시도 앞두고 있어 시장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유력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은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화웨이와 ZTE,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은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의 점유율로 3위인 LG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게 강점이다.
결국 올해 하반기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력과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를 두루 갖춘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거대한 내수시장에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도전하는 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고비용 구조로 적자폭만 확대될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버티기가 가능할 정도의 마케팅 자원,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유한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