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적자·자본잠식 심화… 유동성 위기 업계 전반으로 확산
2013-02-13 21:09
상위권 건설사마저 상장 폐기 위기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유동성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소·중견 건설사에 덮친 유동성 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물론이고 상위권 건설사들마저 대규모 적자와 자본잠식으로 주식시장 상장 폐지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도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해외 출혈경쟁 등으로 내상을 크게 입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중소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적자와 자본잠식 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 상태인 한일건설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988억원으로, 자본보다 적자가 더 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쌍용건설도 지난해 3000억~4000어원 규모 순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완전 자본잠식설에 휩싸인 이유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서 쌍용건설의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두산건설도 2011년 2934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지난해 6148억원으로 급증했다.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건설사도 적지 않다. 이테크건설의 지난해 순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줄었다. 계룡건설(25억8000만원)과 신세계건설(13억원)도 같은 기간 각각 53.2%, 63.6% 줄었다.
평소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중소·중견 건설사뿐 아니라 모기업을 둔 그룹 계열사인 대형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든든한 우산이었던 모기업은 경기 불황에 휘청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속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외형적 성장을 이끌기도 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형사가 한두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13조3248억원)과 영업이익(7604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11.8%, 3.4%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5609억원으로 18.1% 감소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매출(9조2900억)이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나 급감했다. 해외시장 원가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4535억원의 영업손실과 61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6.5%, 109.5% 증가했다. 매출(2조2291억원)은 같은 기간 15.4% 줄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체들의 자구노력만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에는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것 같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권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신규 자금 조달도 수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중소건설사들이 실적 부진과 적자에 시달리면서 올해 들어 또 다시 연쇄 부도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워크아웃·법정관리 중인 곳은 5분의 1 가량인 21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풍림건설·벽산건설·우림건설·삼부토건 등 중견업체들이 줄줄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부도 위기가 중소·중견업체에서 대기업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기 활성화 대책과 함께 건설업계의 유동성 지원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