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상한가'…베이비부머 사이에서 인기

2013-01-22 04:22
층수제한 완화·가구 수 제한도 폐지<br/>단독주택부지 분양 수요자도 증가세<br/>입지와 수익률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상가주택이 은퇴한 베이비부머나 자영업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들어선 한 상가주택.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대기업 임원 출신인 김모(59)씨는 얼마 전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해 경기도 한 택지지구에 있는 점포(상가) 겸용 주택, 이른바 '상가주택' 한 채를 샀다.

지은 지 5년이 지난 3층짜리 이 상가주택의 총 매입가는 8억5000만원. 상가 보증금을 제외한 실제 투자금은 3억5000만원으로,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 등을 감안할 때 연 6%대의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내집 마련에다 상가 임대 수익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직접 거주하면서 매달 임대 수입까지 얻을 수 있는 상가주택이 요즘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은퇴가 본격화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점포 겸용 단독택지는 나오는 대로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상가주택 인기 끄는 이유 있네

상가주택은 같은 건물에 주거용 주택과 점포·사무실 등 비주거용 부분이 같이 있는 단독주택을 말한다. 보통 1층에는 상가나 공장 등이, 2층 이상에는 주택이 들어선다. 주로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지를 사들여 전문업체를 통해 신축하는 형태로, 투자금은 수도권의 경우 7억~15억원 정도가 든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다른 임대 수익형 상품에 비해 초기 투자금이 많은 편이지만 정부가 층수 제한을 3층 이하에서 4층 이하로 완화하고 가구 수 제한도 폐지하면서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 부지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남 천안 탕정지구에서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84필지가 공급됐다. 청약 결과 3929명이 몰려 평균 47 대 1, 최고 47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가주택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경남 양산 물금지구에서 나온 점포겸용 단독택지는 무려 21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평균 39대 1의 경쟁률 속에 매각됐다.

지난달 공급된 위례신도시 상가주택 용지에는 위치에 따라 1억~4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위례강남공인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보행자 전용도로변 등 카페거리가 조성될 가능성이 큰 필지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몸값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공공 택지지구에서 공급될 상가주택 용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H는 오는 4월 인천 청라지구에 35필지 공급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제주도 서귀포 강정 18필지, 경남 양산 물금 140필지, 경기도 고양 삼송 120필지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상가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 친화적 환경 속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데다 전·월세 임대나 상가 임차를 통해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택지지구 내 신축 단독주택 층수와 가구 수 제한을 완화한 것도 한몫한다.

◆입지와 수익률 꼼꼼하게 따져봐야

상가주택은 입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주택가 안쪽보다는 도로를 끼고 있는 곳이 좋다. 주택가가 시작되는 입구나 인근 주민들이 이동하는 동선 안에 위치한 곳이면 금상첨화다. 그래야 상가나 원룸 임대가 쉽다.

주변에 대학이나 사무실이 많고, 경쟁할 만한 상업시설이 적을수록 좋다.

투자 대상자가 일반주거지역 중 1종인지 2종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LH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의 경우 점포의 층수나 주차장 등이 지자체별로 법규가 달라 지구단위계획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이 완료된 공공택지의 경우 인허가를 받기 까다롭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도심 상가주택의 경우 수요가 많다보니 값이 크게 올라 도리어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며 "인근 점포 임대료 수준을 따져보는 등 수익성 분석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삼가야 한다.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상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급매가격에도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차입금의 비율을 과하지 않게 유지하는 등 자금운용에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들어선 상가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