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고위관계자의 한숨 “굿이라도 해야 하나요”

2012-10-07 15:29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한수원 국감’되나?<br/>사건·사고에 도덕적해이도...“국민납득때까지 환골탈퇴”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굿이라도 한 판 해야 하나요.”

얼마전 기자와 만난 한국수력원자력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전방위로 터지는 한수원 관련, 사건·사고에 도무지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안팎으로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사건·사고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추석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2일 오전 8시쯤 신고리 원전 1호기가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멈춰선 데 이어, 2시간 만에 다시 영광 원전 5호기가 주급수펌프 정지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하루 동안 원자력발전소 2곳이 동시에 멈춘 극히 이례적인 일이 명절 한복판에 벌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바로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고리원자력본부 재난안전팀 직원이 히로뽕을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심지어 사무실에서까지 투약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수원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연루된 직원을 즉각 해임조치하고 고리원자력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 전원을 직위해제했지만 주변의 원성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대국민 사과다.

하지만 오히려 한수원의 ‘사후약방문’식의 땜질 처방이 도마위에 연일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원전 중단’요구도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유기홍(관악 갑)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최근 5년간 한수원 직원 비리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검찰이 비리혐의로 기소한 한수원 직원은 33명이었으며 이중 28명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8일부터 포문을 여는 이번 지식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한수원의 국감’이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한수원과 연관된 워낙 굵직한 사안들이 많았고, 여전히 원전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강한 반감 등 현재 진행형인 현안들이 많아 국감의 ‘단골 메뉴’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수원 내부가 사실상 패닉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 강도 높은 쇄신책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길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매맞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 내부 정서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특히 “20여년을 발전업계에 몸담으며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며 “국민들이 납득할때까지 조직의 환골탈태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발전기 고장으로 전력공급이 중단됐는데도 이를 한 달이나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로 인해 ‘원전 대부’로 불리던 김종신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어 7월에는 수십명의 직원들이 재활용 부품을 새것인 것처럼 납품받는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많게는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무더기로 구속됐다.

게다가 올 들어 국내 원전의 사고·고장 발생 건수는 벌써 12번째로 지난해 연간 고장 건수와 이미 같은 수준이다. 또 언제 어디서 또다른 균열이 발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6월 노아웃 만루상황의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균섭 사장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강도 조직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십자포화로 쏟아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