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렸다
2012-07-15 09:42
개포주공 1단지 2008년 말보다↓‥은마아파트도 저점 접근부동산업계 “조기 회복 어려워…상승폭도 제한적일 듯”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는 당시 저점을 뚫고 더 내려간 상태여서 언제쯤 바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현재 서울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의 주요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0.63㎡(이하 공급면적)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여파로 2008년 12월 평균 7억6천500만원까지 급락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4천만원 더 내린 평균 7억2천500만원에 그친다.
금융위기를 넘기고 나서 이 아파트 가격이 줄곧 10억원을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점 대비 30% 이상 다시 추락한 셈이다.
개포주공과 함께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송파구 재건축 시장의 핵인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에는 112.4㎡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평균 8억2천500만원으로 내려갔다가 곧바로 회복세에 접어들어 한때 12억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들어 이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2천만원으로 떨어져 4년 전 저점과 1억원 차이도 나지 않는다.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52.89㎡는 2008년 12월 평균 4억7천만원에서 현재 5억1천500만원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인근 고덕시영 42㎡도 한때 4억5천만원을 호가하다 지금은 금융위기 직후 가격보다도 낮은 3억4천500만원에 매매된다.
한강변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와 신반포 1차는 여전히 2008년 말보다 3억~6억원 가량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사정은 대체로 금융위기 무렵으로 회귀하는 추세다.
강남권 중개업소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큰 폭의 가격조정을 거친 만큼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포동 J공인의 한 관계자는 “개포주공은 7월 들어 바닥권에 접어들어 내릴 만큼 내렸다는 생각”이라며 “여기서 크게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다시 급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E공인의 한 관계자도 “지금 은마아파트 101㎡가 8억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전반적인 재건축 시장이 답보 상태인 데다 국외 경기도 너무 나빠 수요자들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적 침체, 전월세 쏠림 현상이 한꺼번에 겹친 현 상황은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섰던 2008년 당시보다 더 나쁘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재건축시 소형아파트 비율을 올리라는 서울시 방침 등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도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분석이다.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는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서 세계 경기침체와 맞물려 상승 기대감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규제로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 실수요자만 접근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시세가 추가로 조정될 수 있지만 그 폭이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단기간에 회복되거나 과거와 같은 고점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