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무섭다"… 생계안정 금융상품 봇물

2011-12-22 16:02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최소한의 생계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에도 불황으로 실업이나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이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상품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불량이나 채무불이행 등으로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압류당하는 이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금융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업무협약을 맺고 실업급여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실업급여 지킴이 통장’을 내년 1월 2일부터 판매키로 했다.

실업자들이 실업급여까지 압류 당해 사지로 내몰리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다.

노동부 관계자는 “압류금지 채권만 입금되는 예금계좌의 경우 압류금지 채권과 예금 채권의 동일성이 인정돼 해당 예금을 압류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실업급여는 실업자가 생계를 유지하면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최후의 소득원인 만큼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과 공동으로 산재보상금 압류를 막을 수 있는 ‘희망지킴이 통장’도 출시한 바 있다.

이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15일 현재 1046좌가 개설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신한은행은 지난 5월 국민연금을 법원 압류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국민연금 안심통장’을 내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노후를 의존하는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급권 보호는 안정된 노후의 필수 조건”이라며 “관련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현재 3만7101좌가 개설됐으며 잔액은 1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개발하고 하나은행이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노란우산 공제’는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가 3만6000명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폐업이나 부도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생활비와 은퇴자금을 지원한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의 수급비가 압류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행복지킴이 통장’은 지난 1월부터 모든 은행이 판매 중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생계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금융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고객들이지만 통장을 개설하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소득도 늘고 빚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익 목적 외에도 향후 다른 금융상품에 추가 가입할 수 있는 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