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젊은 황보관에 크게 실망했다" 심경 토로

2011-12-19 21:13
차범근 "젊은 황보관에 크게 실망했다" 심경 토로

[이미지 =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 C로그 해당 게시물 캡처]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상식과 원칙을 우습게 생각하고 결정한 황보 위원장에게 크게 실망했다."

차범근(58)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조광래(57) 감독을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았다. 19일 사이월드에 있는 자신의 인터넷 공간(www.cyworld.com/chabum11)을 통해서다.

차 전 감독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C로그에 남긴 글에서 "조 감독의 경질 소식을 듣고 1998년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며 "조 감독의 경질이 꼭 그렇게 기습적으로 이뤄져야 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차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후  조별리그에서 멕시코(1-3)와 네덜란드(0-5)에 연이어 패하자,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전격 경질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차 전 감독이 조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둔 시점에 갑자기 축구협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의견을 표한 것으로 비춰진다.

차 전 감독은 "98년 나의 경질이 이루어 지고나서 가장 큰 피해자는 차범근이었겠지만, 그 이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정치인 정몽준과 축구인 조중연"이라며 "그 두사람에게도 '차범근을 경질시킨 사람들'이라는 쉽지않은 상처가 늘 따라다닌다. 나에게 그들을 욕하는 국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때면 그들이 받고있는 상처가 작지 않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몽준 의원이 축구협회 회장을 떠날 때 자신의 재임기간 중 '차범근의 경질'이 자신에게도 쇼크였다고 굳이 끄집어 내서 발언한후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일이 또 일어났다. 그렇게 기습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사안이 절대 아님에도 ......"라며 자신의 아픈 기억을 떠올린 후 조 감독의 경질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안타까운 속마음을 전했다.

차 전 감독은 특히 "왜 그렇게 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며 "여기저기 연락 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억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닌다"라면서 지적했다.

그는 또한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는 젊다. 나역시 많은 기대를 했다. 아끼고 싶은 후배였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그렇게 상식과 원칙을 우습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세상이 젊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지지하는가? 그들에게는 나이 때문에 무디어지는 양식의 날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경질 사태에 대해 황보 위원장을 꼬집었다.

이어서 차 전 감독은 "조광래,조중연,황보관.... 모두 축구계에서는 큰 인물들이다. '경질'이라는 어쩔수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상처가 덜되는 길을 고민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전쟁터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이니까 아프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 차범근 감독의 메시지 전문

독일에서 아침식사를 하다가 조광래 감독이 경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리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수없이 와있었더니

아마도 그얘기를 전해줄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98년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힘들었고 지금도 참기 힘든 기억이지만

세월은 많은 것들을 잊게해주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다행이다. 물론 이 모든것들을 잊는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아들 두리다. 아마 두리가 없었다면 내가 축구계에 몸을 담그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조감독의 경질이 꼭 그렇게 기습적으로 이루어져야 했을까? 나는 그게 가장 안타깝다.

98년 나의 경질이 이루어 지고나서 가장 큰 피해자는 차범근이었겠지만, 그 이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정치인 정몽준과 축구인 조중연이다. 그 두사람에게도 '차범근을 경질시킨 사람들'이라는 쉽지않은 상처가 늘 따라다닌다. 나에게 그들을 욕하는 국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때면 그들이 받고있는 상처가 작지않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몽준 의원이 축구협회 회장을 떠날 때 자신의 재임기간중에 '차범근의 경질'이 자신에게도 쇼크였다고 굳이 끄집어 내서 발언한후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마도 꼭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조중연 회장도 여러경로를 통해 얘기한다고 들었다.'차범근에게 죽을 죄를 졌다'고.

그런데 그런일이 또 일어났다.

그렇게 기습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사안이 절대 아님에도 .......

왜 그렇게 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뒤늦게 귀국해서 여기저기 연락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하다. 그러니 이러저러한 억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닌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는 젊다.

나역시 많은 기대를 했다. 아끼고 싶은 후배였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그렇게 상식과 원칙을 우습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유감이다. 왜 세상이 젊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지지하는가? 그들에게는 나이때문에 무디어지는 양식의 날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김어준.

그 친구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것도 98년이었다.

내가 가장 어려울 때. 자기가 딴지일보총수[?:웃긴다]라며 '차범근을 죽여라'라는 칼럼을 썼다. 흐흐흐. 통쾌했고 아펐다. 아직도 단 한 차례 만나 적은 없다. 그러나 당시 세상의 모든 언론이 나에게 등을 보일 때 세상을 향해 울부짓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그 이름을 못잊고 있다가 요즘 부쩍 자주 듣게되서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조광래,조중연,황보관....

모두 축구계에서는 큰 인물들이다.

'경질'이라는 어쩔수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상처가 덜되는 길을 고민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전쟁터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이니까 아프다.